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연간 수주 목표의 145%를 달성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전 세계에서 선박 발주가 이어진 결과다. 오랜 불황을 끝내고 조선 시장에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도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에는 기저 효과로 올해보다 발주량이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적으로 수주해 내실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 목표 달성률은 각각 152%, 134%, 140%로 연간 수주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 3사의 전체 수주 목표액은 317억달러였는데, 145%인 458억달러(약 54조4800억원)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각 사는 올해 대규모 수주로 2~3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해 수주 목표를 조기에 달성한 덕분에 이후부터는 가격이 높은 선박만 선별적으로 수주했다”며 “매출 반영이 시작되는 내년부터 재무 구조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조선소. /한국조선해양 제공

올해 발주량이 이례적으로 많았던 만큼 내년에는 기저효과에 따라 올해보다 발주량이 적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올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발주량은 3500만CGT으로 올해 대비 15.3%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 물류 대란 여파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이 전 세계 각지에서 집중적으로 발주된 영향이 크다. 한국의 신규 수주도 감소가 불가피한데, 수출입은행은 한국이 올해보다 23.5% 적은 1300만CGT를 수주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주 액수는 올해 대비 19% 감소한 340억달러(약 40조4260억원)로 예상된다.

조선 3사는 이미 상당한 수주 잔량을 확보한 만큼, 내년에는 LN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3년, 2007년에도 조선 3사는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자 이듬해 수주 목표를 낮춘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정비 유지를 위한 일감 확보에 집중했다면, 2022년에는 ‘질적 승부’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수주하는 선박의 척 수는 줄어도 고부가가치 선박만 골라 수주하면서 수주 액수는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3사의 새해 수주 목표는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전체 선박 발주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 3사의 ‘효자 선종’ LNG선의 발주는 꾸준히 유지될 전망이다. 내년에 발주가 확정된 LNG선의 물량만 총 37척에 달한다. 카타르 국영 석유·가스사인 카타르에너지(옛 카타르페트롤리엄) 16척, 말레이시아의 국영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나스 15척, 미국의 벤처 글로벌 LNG 프로젝트 6척 등이다. 올해 LNG선 누적 발주량이 70척이란 것을 고려하면, 올해 발주량의 절반 이상이 내년 발주를 확정 지은 셈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사실상 글로벌 LNG선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 수혜는 국내 조선업계가 차지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올해를 기점으로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IMO는 오는 2023년부터 이미 운항 중인 선박에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선주사들 입장에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벙커C유로 움직이던 노후 선박을 최신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LNG선의 경우 2030년까지 선령 25년 이상에 해당하는 노후 선박은 118척에 달한다. 발주 후 인도 소요 기간을 고려해도 2027년까지 연평균 13척 규모의 교체가 필요하다. 유조선 역시 선령 15년 이상 노후 선박 비중이 전체 선대의 27%에 달해 교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주 훈풍에도 올해 조선 3사는 당장 적자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2021년 연간 영업 손실 전망치는 각각 6240억원, 1조1094억원, 1조2940억원이다. 오랜 조선업 불황과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 가격 상승 때문이다. 통상 선박 건조에 2년 안팎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 수주한 선박이 매출로 잡히는 시점은 내년부터다.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되는 기업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오는 2022년 314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23년에 각각 1907억원, 27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