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소요 비용 전망치가 내년 초에 나온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탄소중립 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국가·기업·국민 등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포함하지 않아 '반쪽짜리 시나리오'라는 비판을 받았다.

3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환경연구원(KEI)을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적‧사회적 감축비용 분석'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KEI는 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이다. 정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채택한 시나리오별 기술적·사회적 비용을 산정할 계획이다. 기술적 비용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소요되는 투자비, 운영 유지비, 연료비 등이다. 사회적 비용은 환경적 영향 회피, 고용 창출, 에너지 자립도 향상, 대기질 및 환경 피해 감소에 따른 건강 편익 등 감축 수단 자체 비용 외에 고려할 수 있는 효과를 뜻한다. 기술적 비용은 탄소감축을 위해 필요한 비용, 사회적 비용은 탄소감축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선언 1주년인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정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공개입찰에 부쳤으나 응찰자가 없어 KEI와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용역 결과는 내년 초 정부 측에 전달될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8월 탄소 배출량 정점이었던 2018년(6억8630만t) 대비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각각 96.3%, 97.3%, 100% 감축하는 걸 목표로 하는 3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 시나리오에 탄소중립 이행에 필요한 소용 비용이 포함돼있지 않아 부실 시나리오 논란을 빚었다. 시나리오에는 비용 부분에 대해 '2050년 국내총생산(GDP)은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0.57~2.42%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내용만 언급했다. 이 전망치는 KEI가 추산한 것이다.

KEI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해 "GDP는 0.07% 감소하지만 세수가 늘어날 것을 가정했을 때 고용은 0∼0.0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잠정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 발전이 점진적 혹은 가속화될 때를 가정한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발전이 더딜 경우 정부와 기업은 비싼 값에 탄소 배출권을 사오거나 제품 생산을 줄여야 한다.

이미 탄소중립 비용을 산정한 선진국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은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6조유로(8257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탄소중립 소요비용을 1조2156억파운드(1943조원)로 계산했다. 한국은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을 위해 한국은 매년 4.17%씩 탄소를 줄여야 하는데 영국은 2.81%, 독일은 1.98%만 줄여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