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올해 선박을 대거 수주하면서 선박 엔진을 제작하는 HSD엔진의 수주 실적도 2배로 높아졌다. 오랜 조선업 불황에 적자에 빠져있던 HSD엔진은 수주 엔진이 매출로 잡히는 내년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SD엔진의 올해 신규 수주 예상 규모는 총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작년 6010억원 대비 83%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선박 엔진 부문 세계 2위 제조기업인 HSD엔진은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567억원 규모의 선박용 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엔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HSD엔진 관계자는 "올해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따라 선박 엔진 발주도 늘고 있다"며 "특히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듀얼엔진(이중연료엔진) 발주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HSD엔진이 생산한 세계최대 전자제어식 엔진 모습. /HSD엔진 제공

듀얼엔진이란 액화천연가스(LNG)와 벙커C유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엔진을 말한다. 공해상에서는 벙커C유를 쓰고 연근해에서는 LNG 등 친환경 연료를 쓰는 방식이다. LNG는 기존의 벙커C유보다 탄소배출량이 30%가량 적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연료로 꼽힌다. HSD엔진에 따르면 지난해 수주한 엔진 가운데 듀얼엔진 비중은 19%였지만 올해는 50%로 늘었다. 올해 수주한 엔진 2대 중 1대는 듀얼엔진이란 뜻이다.

HSD엔진이 올해 선박 엔진을 대거 수주했지만, 당장 적자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HSD엔진는 올해 3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주 산업 특성상 엔진 계약을 맺은 시점과 실제 재무에 수익으로 잡히기까지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상 조선업체가 선박을 수주한 시점부터 엔진 발주까지 3~9개월의 시차가 존재하고, 엔진을 수주한 후에도 설계, 제관, 가공, 조립 등 최종 출하에 다시 18개월이 소요된다.

올해 실적에 영향을 주는 2019년과 2020년은 조선 업황이 좋지 않았던 시기로, 당시 HSD엔진도 신규 수주가 부진했다. 여기에 조선소들이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수주를 경쟁적으로 해오면서 엔진의 수익성도 극도로 낮았다. 다만 내년에는 올해 초부터 수주한 엔진들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흑자로 돌아설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선 HSD엔진의 2022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166억원, 이듬해인 2023년에는 4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수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여부다. HSD엔진의 주요 고객사가 대우조선해양인데, 현대중공업과 합병될 경우 자체적으로 엔진을 제작하는 현대중공업의 엔진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HSD엔진은 2019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영업 비중을 낮추고 중국 조선사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도 "두 조선소의 합병 이슈가 거론되면서 수주 감소가 우려됐으나, 이 빈자리를 중국 조선업체가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주인으로 맞은 인화정공(101930)과의 협업도 관건이다. 선박엔진 부품업체인 인화정공은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이달 초 투자금 회수(엑스트)에 나설 때 1000억원을 출자해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인화정공은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2018년 HSD엔진을 인수할 당시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화정공이 HSD엔진을 인수함으로써 선박 엔진 수직 계열화를 이뤄냈다"며 "선박 엔진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두 회사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