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가 46억달러(약 5조4000억원)가 넘는 국산 무기를 수출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처음으로 방산 수출액이 수입액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군 당국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성사된 방산 수출계약 규모는 46억달러로 파악됐다. 추가 계약도 대기 중이라 올해 방산 수출액이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공중전력은 훈련기인 FA-50이 올해 인도네시아 및 태국과 추가 도입계약을 체결했다”며 “방공전력에서 천궁-Ⅱ(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가 아랍에미리트(UAE)와 계약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군은 올해 처음으로 무기 수출액이 수입액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적으로 50억달러 이상의 무기를 수출하면 수입액 규모를 넘긴 것으로,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 이상이면 내수(한국군 납품액)보다 많은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액은 지난 2016년 2조9000억원(약 24억달러)에서 2018년 2조1000억원(약 17억달러)으로 27.6% 감소한 뒤 2조원대 안팎을 유지해왔다.
수출 호조의 배경에는 잇달아 성사된 대규모 수출계약이 있다. 대표적으로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달 추진 중이라 밝힌 LIG넥스원(079550)의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다. 계약 규모는 129억디르함(약 4조1600억원)으로, 만약 정식 계약이 체결되면 방산 수출 사상 단일 품목으론 역대 최대 금액이다. 구매계약은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내년 초엔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디펜스는 지난 13일 호주 당국과 K9 자주포 30문·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 등의 패키지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호주 당국이 이번 자주포 도입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한화로 약 1조원에 달한다. K9 자주포는 이집트와도 수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업계는 앞으로 수출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내수 시장이 포화인 데다가 기업에 불리한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가 호소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방산 원가 산정 기준으로, 내수의 경우 매출 총이익률이 9~16%로 제한된다. 반면 수출은 해당 국가와의 협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이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 비중은 매출액 대비 5~10% 수준이다.
무기를 개발하거나 구매하는 데 쓰이는 방위력개선비의 내년도 예산은 17조3365억원에서 16조6917억원으로 6448억원 줄었다. 주요 감액 내역은 항공통제기 2차 3283억원, 대형기동헬기-Ⅱ 353억원, 이동형 장거리 레이더 180억원 등이다. 방위력개선비가 대규모로 감액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이번 예산 편성 때 국회의 더욱 엄격해진 심사 기준을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부분을 교훈으로 삼겠다”며 군 관계자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실적이나 정권에 따라 방산수출액 공개 여부가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사청은 2015년 “전 세계에서 방산무기 수출 실적을 가지고 언론에 홍보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앞으로 무기 수출 자료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 1월 방산수출액이 3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2016년(25.5억달러) 보다 25% 증가한 수치라고 다시 홍보에 나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십 년간 개발해온 국내 방산 기술이 정부와 군 당국, 그리고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최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본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이스라엘처럼 수출 위주의 방산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