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발생 등 전 세계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미국에서 열리는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 ‘CES 2022′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매해 CES에 참석했던 총수들도 마지막까지 참석 여부를 저울질 중이고, 대부분 기업들은 임직원의 CES 출장 인원을 최소화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내년 1월 5~8일(현지시간) 열리는 CES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2013년 이후 CES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대신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 등을 방문하는 일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ES는 가전(CE)과 IT·모바일(IM) 사업부문을 통합·총괄하는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이 맡았다. 한 부회장은 이달 7일 진행된 2022년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CES가 그의 데뷔 무대인 셈이다.
구 회장은 2018년 회장 취임 이후 CES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선대 (故) 구본무 회장이 과거 CES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LG전자(066570) 행사는 주로 구본준 LX그룹 회장(당시 LG전자 부회장)이 총괄했었다. 구 회장이 계열 분리를 해 독립하면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가 CES를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실물 제품 없는 ‘가상 전시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관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로 구성하는 만큼 미국 출장 인력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구 회장은 물론 LG전자 임원진 상당수가 전시회에 가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아직 CES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정 회장의 일정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2020년 행사에 참석했었다. 현대차가 CES 임직원 출장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 정 회장의 행사 불참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은 최근 경영에 복귀한 동생 최재원 SK온(옛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 대표이사(부회장)와 함께 CES를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이번 CES 전시 주제를 탄소중립으로 정하고 6개 계열사가 합동 전시관을 꾸렸다. 최 회장이 직접 기조연설에 나서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설파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자체 개발한 NCM9 배터리로 CES 혁신상 2관왕에 올랐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와 CES 주체 측의 운영 방침에 따라 CES 출장이 취소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필수 인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직원은 해외 출장 후 열흘 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CES 참관 후 대규모 인력 공백이 우려된다”며 “대규모 인원이 참관하는 CES에 총수를 비롯해 다수의 임직원이 참석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