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안전재단의 이사장 임기가 만료된 가운데 또다시 전문성이 부족한 탈원전 인사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원자력안전재단은 원자력 안전 관련 정책 개발을 지원하고 관련 종사자 교육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17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김혜정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의 3년 임기가 지난 6일자로 종료됐다. 아직 후임 이사장을 뽑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 김 이사장의 임기는 자동 연장된 상태다. 원자력안전재단은 새 이사장 공모를 실시해 숏리스트(적격 후보군)까지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후보는 김제남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박원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위촉규제원, 이정윤 시민단체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나다 순) 등 3인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안전재단은 최종 결정을 위한 이사회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안전재단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지난 2012년 '한국방사선안전재단'이란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다가 2015년에 이름을 바꿨다. 원자력 안전 연구·개발(R&D) 전문기관으로 원안위가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국민 의견 수렴, 정책 수요 및 국내외 동향, 전문가 분석 등을 통해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원안위 산하 각 연구기관의 사업에 쓰이는 기금도 관리·집행한다. 올해 기준 원자력안전재단이 관리하는 기금 규모는 약 1000억원이다. 이외 방사선 작업종사자에게 원자력 이용에 따른 안전성과 관련 사고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교육도 시행한다.
원자력 업계는 차기 이사장 후보 대부분의 자질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의원의 경우 녹색연합 사무처장,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한 시민단체 출신이다. 특히 정의당 국회의원 시절엔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한 만큼 탈원전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캐나다 원자력공사 등에서 원전설계 기술자로 일한 경력이 있지만 그가 이끄는 원자력안전과미래는 대표적 탈원전 단체다. 박 위촉규제원이 유일하게 전문성과 원전에 대한 중립적 시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유력한 후보로는 김 전 수석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의 R&D 기관에 탈원전 성향 인사가 최종 후보로 올랐다는 점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김혜정 이사장 역시 시민단체 출신의 탈원전 인사인데, 취임할 때부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수석이 현재 한국에너지공단 새 이사장 최종 후보에도 올라있다는 점은 변수다.
원자력 업계는 원자력안전재단이 안전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기금을 관리하는 기관인만큼 전문성과 중립적인 시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규칙을 지켜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사가 제대로 된 규칙을 설정하고 교육해야 한다"며 "전문성 부족에 원전 혐오까지 갖고 있는 이들에게 원전 안전을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역시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은 원자력의 안전 증진을 위한 연구를 지원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자리인 만큼 원자력 안전에 대한 관점이 올바르게 정립돼 있어야 한다"며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금을 써야 하는데, (이사장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면) 극단적 반핵단체들의 편견과 이익만 대변하는 방향으로 기금의 오남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 뒤 원안위원장의 승인을 거쳐 최종 임명된다. 원자력안전재단 측은 최종 후보군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원안위 역시 원자력안전재단이 아직 최종 후보를 알리지 않았다며 진행 상황을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