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가 전기로 2기 신설을 추진한다. 탄소 감축을 위해 고로(용광로)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기로 생산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전기로에 쓰이는 철 스크랩(고철) 수요가 그만큼 늘어 고철 가격이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철은 철광석, 원료탄과 함께 철강 산업의 3대 원료로 꼽히는데, 전기로 공법에서는 고철이 주원료로 쓰인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5년까지 전남 광양제철소에 전기로 1기를 세울 계획이다. 전기로를 짓는 데 2년가량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2023년에 첫 삽을 뜰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또 2027년까지 경북 포항제철소에도 전기로 1기를 준공한다. 포스코가 국내 조강(쇳물) 생산량을 확대하지 않을 예정인 만큼, 전기로가 완공되면 기존 고로 생산량을 일부 대체할 전망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전기로를 도입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계획이다. 고로에선 조강 1톤(t)을 생산하는데 평균 2t의 탄소가 배출되는 반면, 전기로는 4분의 1 수준이다. 포스코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7800만t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2030년까지 7100만t 이하로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는 탄소 배출권 구매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탄소 배출량을 10% 줄이면 연간 50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탄소 감축을 위해 철광석 대신 고철을 섞는 '저(低) HMR(Hot Metal Ratio)' 공법도 도입했다. 지난 2분기부터 용선과 고철 배합 비율을 85대 15에서 80대 20가량으로 높였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고철 배합 비율을 5%가량 올리려면 연간 고철이 100만t 이상 더 필요하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고철 배합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어서, 연간 400만t가량의 고철을 더 구매할 것으로 추산된다.

포스코는 늘어나는 고철 수요에 발맞춰 고철 수집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소규모 고철 보관창고를 일원화해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해외 고철 공급사에 지분 투자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간 400만t의 고철 스크랩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철강업계는 고철 수급이 빡빡해지는 만큼 고철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국내 고철 수요 2600만t~2800만t 가운데 500만t 이상을 수입해왔는데, 해외 철강사들도 전기로 전환에 나서면서 고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일본제철과 미국의 US스틸 모두 고로를 줄이고 전기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도 전기로 생산량 확대를 목표로 2025년까지 고철 사용량을 3억2000만t까지 23.1%(6000만t) 늘릴 계획이다.

고철 가격은 지난 10월 이후 생철 기준 t당 6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수준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철 가격은 계절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탄소 감축을 위한 수요가 워낙 커서 장기적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