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 춤을 잘 못 추는데, 그래도 동아리에 들어갈 수 있어요?”

“물론이죠. 춤 좋아하면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어요.”

한국어 회화를 배우는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이름)’가 묻자 방탄소년단(BTS) 멤버 호석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이브(352820)가 최근 출간한 한국어 교재 ‘Talk! with BTS’ 속 한 장면이다. 교수, 학과 선배 및 동아리 친구 등으로 등장하는 BTS가 모든 대사를 직접 녹음해 BTS와 실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학습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말 출시한 첫 시리즈는 현재까지 전 세계 30여개 국가 및 지역에서 30만권이 판매됐으며, 일부 해외 대학교에선 정식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하이브 에듀가 최근 출간한 중급 한국어 교재 ‘Talk! with BTS’ 섀도잉 영상 캡쳐 이미지.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가 교수, 학과 선배 및 동아리 친구 등으로 각각 등장해 한국 대학의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주인공 보라와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을 통해 한국어 회화를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브 제공

하이브를 비롯한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가 본격적으로 K팝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를 이용한 ‘팬더스트리(Fan+Industry·팬덤을 기반으로 한 산업)’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팬덤의 규모만큼 수요가 있기에 엔터사는 그동안 진출하지 않았던 분야까지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15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오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목적을 다수 더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추가되는 사업목적엔 게임물 개발과 제작, 배급, 유통업이 포함됐다. 또 식음료 및 식품 제조·판매, 화장품 판매와 먹는 물 판매업, 공연장·유원지·테마파크·기타 오락장 운영과 일반·생활 숙박시설 운영 등도 추가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테마파크·숙박시설 등 관광 및 부동산 관련 사업이다. 하이브는 앞서 BTS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더숲’을 진행한 강원 평창군 촬영지를 매입했는데, 이곳을 관광지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을 전반을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꾸민 전남 신안군 안좌면 반월·박지도는 BTS 유행어인 ‘아이 퍼플(보라색) 유’를 마을 다리에 새기면서 인기를 얻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었던 지난해에도 연간 관광객 20만명 이상을 모았다. 신안군은 작년 8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약 50억원으로 추산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SSG닷컴과 협업한 ‘뱅앤베이커스 버터쿠키’와 ‘아쿠아웨이브 with BTS’ 생수. /SSG닷컴 제공

식음료 및 화장품 사업은 최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 등에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분야다. 하이브는 올해 ‘뱅앤베이커스’ 브랜드로 에그타르트와 버터쿠키를, 생수 제품으로 ‘아쿠아웨이브 위드 BTS 생수’를 각각 내놓았다. SM엔터는 지난해 베트남에 처음으로 굿즈(기획상품)와 커피·디저트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열었다. NCT가 대표적이다. JYP엔터는 올 초 유기농 화장품 회사인 시오리스에 투자해 직접 제품을 만들고 있다. 박진영 JYP CCO가 투자자이면서 홍보 모델이다.

8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팬덤의 소비자 파워는 ‘팬더스트리’, ‘팬덤 비즈니스’, ‘F2E(Fan to Earn)’ 등 용어를 만들며 K팝을 이끄는 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난해 집계한 전 세계 98개국의 한류 온라인 동호회 회원은 1억478만명으로, 2015년(3560만명)에 비해 5년 만에 3배나 늘었다. 음반 시장 불황에도 K팝은 유일하게 성장세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적으로 실물 음반 매출은 4.7% 감소했지만, 한국 시장은 44.8% 성장했다.

엔터업계는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 외에 추가적으로 아티스트 IP를 이용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NFT(대체불가능한 토큰)와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최근 엔터사들은 잇달아 암호화폐 기업과 손잡고 아티스트 앨범·굿즈 등을 NFT로 발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위버스(하이브·YG엔터), 디어유(SM엔터·JYP엔터), 유니버스(엔씨소프트(036570)) 등도 인기다. 오리지널 콘텐츠, 팬 미팅, 공연까지 모든 소비를 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K팝 팬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 관련 상품에 높은 구매력을 보인다”며 “전 세계로 흩어진 팬덤이 커뮤니티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결집하면서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은 매우 커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