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산소 보험수가(상한액)가 20년째 동결되면서 생산 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내년 의료용 산소 보험수가 인하를 추진하면 폐업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증가하는 의료용 산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는 8일 오전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말 기준 전국 144개였던 의료용 산소 제조업체 가운데 49개 업체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며 "낮은 보험수가에 따른 재정난이 폐업의 원인"이라고 했다.

장세훈(가운데)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장 8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용 산소 보험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협회에 따르면 2001년 책정된 의료용 산소 보험수가는 20년간 동결됐다. 의료용 산소 10ℓ당 10원 이하로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2017년부터 정부가 의료용 산소 제조업체에 우수의약품제조시설(GMP) 적용을 의무화하면서 업체들의 투자·관리비는 늘었다. 300억원 규모인 국내 의료용 산소 시장의 공급업체 90%가 중소기업인 만큼 재정난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55㎏에 달하는 공병을 회수한 뒤 의료용 산소를 제조‧공급해봐야 책정된 금액은 1병당 6000원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GMP 적용 의무화에 따른 비용상승분을 보험수가에 반영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아 업체들이 온전히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용 산소 보험수가를 더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의 반발이 커졌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의료용 산소 보험수가를 내년 1월 1일부터 10%가량 인하하는 내용의 '약제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상한금액 조정 및 평가결과 안내' 공문을 업체들에 보냈다.

협회는 보험수가가 더 떨어지면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해 폐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중증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용 산소 수요가 늘고 있어 공급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협회는 이에 일본에서 일본산업의료가스협회(JIMGA)와 정부(후생성)가 공급단가 협의를 통해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세훈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장은 "현재 추세라면 우리나라도 의료용 산소 부족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의료용 산소 공급문제는 경제분야를 넘어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업계 안정화를 위해 보험수가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