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스포츠·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이벤트와 전시 박람회를 융합한 산업) 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과 한화 컨소시엄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 다 운영 능력과 첨단 기술 도입 등을 제시한 가운데 이달 중으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무역협회 컨소시엄과 한화 컨소시엄은 지난달말 서울시에 2단계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평가를 받고 있다. 잠실 마이스 사업은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 35만7576㎡ 부지에 전시·컨벤션시설과 야구장, 스포츠 다목적시설, 호텔, 문화·상업시설, 업무시설 등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총 사업비는 2조원 이상일 전망이다. 시행자가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는 대신, 40년간 운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된다.
기술(600점), 가격 및 공익성(400점) 등을 평가받아 1000점 만점에서 점수가 더 높은 쪽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 무역협회 컨소시엄과 한화 컨소시엄은 총 13개 평가항목, 38개 세부 평가요소에 맞춰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두 컨소시엄 모두 드림팀을 구성한 만큼 '출자자 구성 및 재원조달 계획(60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무역협회 컨소시엄에는 무역협회와 자회사 코엑스,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KB금융(105560)그룹, CJ ENM(035760), 조선·롯데호텔, 신세계프라퍼티, 롯데쇼핑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화 컨소시엄은 한화그룹과 HDC그룹, 하나금융투자, 신한은행, 킨텍스, 넥슨, 신라호텔, 파퓰러스(미국) 등으로 구성됐다.
총 160점이 걸려있는 '시설운영계획' 항목에서 무역협회는 국내 최초 국제전시장인 코엑스를 운영해 온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코엑스에서 2000년 아셈 정상회의와 2010년 G20 정상회의 등을 개최하며 국내 전시·컨벤션 사업 수준을 끌어올렸다는게 무역협회의 설명이다. 특히 무역협회가 2016년 잠실 마이스 사업을 서울시에 최초로 제안한 뒤 5년 동안 다각적인 시뮬레이션을 거칠 수 있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 컨소시엄은 코엑스 전시면적의 킨텍스가 참여하면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킨텍스가 오히려 코엑스 전시면적의 3배 규모이고, 2018년 뉴델리 국제 전시컨벤션센터(IICC)의 수탁운영자로 선정된 점을 앞세우고 있다. 한화그룹과 HDC그룹이 최대 지분을 가진 사업의 주관사로 참여해 한화호텔&리조트, 갤러리아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공간 및 디자인 계획(180점)' 영역도 치열하다. 무역협회 컨소시엄은 대표 시공사 현대건설이 삼성동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시공과 잠실주경기장 리모델링을 맡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코엑스-GBC-탄천-잠실 마이스로 이어지는 2㎞를 종합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 컨소시엄은 미국 파퓰러스와 손을 잡았다. 파퓰러스는 양키스타디움을 비롯해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구장 절반 이상의 신축·레노베이션 설계를 담당한 경기장 설계 업체다. 한화 컨소시엄은 파퓰러스가 컨벤션 시설과 잠실 야구장, 다목적 스포츠시설 등의 디자인을 진행, 국제적 명소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피력하고 있다.
첨단 기술 도입도 경쟁하고 있다. 무역협회 컨소시엄은 SK텔레콤, LG CNS 등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 ▲도심항공모빌리티(UAM)·자율주행셔틀 도입 ▲5G(세대) 인프라 기반 하이브리드 전시회 개최 등을 제시했다. 한화 컨소시엄은 넥슨 등과 함께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메타버스 적용 ▲UAM·자율주행셔틀을 갖춘 '스마트 콤플렉스' 구현 ▲재생에너지 자립도 의무비율 2배 이상 적용 등을 제안했다.
결국 '공익성(140점)' 항목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부 평가요소로 초과이익 공유방안, 주변 지역과 상생방안 등이 있다. 특히 '환수기준수입의 적정성'은 100점으로 가장 배점이 클뿐만 아니라 다른 평가항목과 달리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방식이 적용된다. 그만큼 운영수입이 서울시민에게 얼마나 돌아오는 지를 비중있게 보겠다는 취지다.
두 컨소시엄 모두 공익성 역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잠실 마이스 사업이 공공재적 사업인 만큼 공공성을 갖고 있는 무역협회 컨소시엄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화 컨소시엄 관계자 역시 "지역상권을 지원하는 방안 등 기여공공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도출한 결과물을 사업제안서에 담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