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회장이 재계 서열 15위 LS(006260)그룹을 이끌게 됐다. 구자열 현 회장보다 11살 어린 신임 총수의 등장과 함께 LS그룹은 디지털 혁신과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에 대응할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LS그룹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을 그룹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사촌 경영’이 특징인 LS그룹은 2003년 LG그룹과 계열분리한 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3형제 집안이 9년 주기로 돌아가며 경영하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신임 회장. /LS 제공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회장은 초대 LS그룹 회장을 맡아 9년간 회사를 이끌다, 2013년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에게 그룹 총수직을 넘겼다. 구자열 회장도 취임 후 9년 만에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회장에게 승계하게 됐다. 이 같은 전통을 볼 때 앞으로 최소 9년 이상 구자은 회장이 LS그룹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구자은 회장은 2019년부터 지주사 LS 내 미래혁신단을 맡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주력해왔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3개년(2018~2020년) 동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를 임직원들과 함께 찾기도 했다. LS그룹 관계자는 “구자은 회장은 평소에도 임직원들에 ‘실패를 두려워 말고 변화의 토대로 삼자’고 독려하곤 했다”고 말했다.

우선 LS그룹의 주력인 전선 인프라와 에너지 종합 솔루션 사업 등을 친환경 기조에 맞춰 더 키워나갈 전망이다. LS그룹은 전선과 비철소재, 산업기계 사업 중심의 LS, 도시가스 사업을 하는 예스코홀딩스(015360), 액화석유가스(LPG) 사업을 담당하는 E1(017940)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뉘어 있다.

주력 계열사인 LS전선은 해저케이블과 태양광 케이블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이 해외 수주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자장비(전장) 사업도 현대차(005380)의 아이오닉5와 기아(000270)의 EV6에 전기차 구동모터용 권선(Enamel wire)을 단독 공급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전력 기기와 인프라 사업을 하는 LS ELECTRIC(010120) 역시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전기차 전장 부품 사업에 진출했다. E1도 풍력발전사업과 수소복합충전소 등 에너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최대 비철금속 업체인 LS-니꼬동제련은 귀금속·희소 금속 재활용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에도 더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자은 회장은 그동안 계열사별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애자일(agile·민첩) 경영을 전파해왔다. LS전선이 올해 도입한 온라인 B2B(기업 간) 케이블 판매 시스템인 ‘원픽(One Pick)’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원픽은 케이블 유통점이 온라인으로 케이블의 재고 파악과 견적 요청, 구매, 출하 확인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유통점에서 영업사원들과 전화와 팩스, 이메일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느라 반나절 걸리던 일을 단 1분 만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통행세’ 관련 사법 리스크는 부담이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 요청으로 지난해 구자은·구자홍 회장과 구자엽 LS전선 회장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2006년부터 14년 동안 전기동 거래 중간에 LS글로벌을 끼워 넣어 부당이득을 챙겨왔다고 봤다. 반면 LS 측은 “LS글로벌은 그룹의 주요 원자재인 전기동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동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설립해 정상적으로 거래해 왔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