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40년까지 전 세계 7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도심항공교통(UAM)을 둘러싼 기업들의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른바 '플라잉 카(flying car)', '에어 택시(air taxi)'로 불리는 UAM은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소형 항공기를 활용한 신개념 이동 수단으로, 미래 도시의 교통 혼잡을 해결할 방안으로 꼽힌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초기 방산·항공업계를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지던 UAM 시장에 운용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통신사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모양새다. 여러 비행체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하늘을 날기 위해선 5G 등 고도화된 항공교통 통신 네트워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SK텔레콤(017670)(SKT)과 KT(030200)는 앞다퉈 UAM 실증 시연을 벌이는 등 비행체를 개발하는 기업과 각자 동맹을 꾸려 UAM 시장 공략에 나섰다.

SK텔레콤이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한국교통연구원, 티맵 모빌리티와 함께 수도권 UAM 상용화를 위한 운용모델을 지난 11일 선보였다. 사진은 김포국제공항에 마련된 행사장 상공을 비행하는 UAM 모습. /SKT 제공

SKT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2019년 UAM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한화시스템(272210) 등과 'K-UAM 드림팀' 연합을 꾸리고 지난 11일 김포국제공항에서 UAM 실증에 성공했다. 김포공항 상공을 3분가량 선회한 UAM 조종사와 지상통제소 사이를 상공과 지상 이동통신망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는 UAM-항공기 통합 관제 시스템, 다른 교통수단 환승 서비스 등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K-드론시스템(UTM)과 연계한 자율비행 드론 관제에도 성공, ICT(정보통신기술)를 통해 모든 비행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KT는 설계부터 양산까지 자체 개발을 목표로 하는 현대차(005380), 항공운수 경험이 풍부한 대한항공(003490)과 손을 잡았다. 이들 기업은 지난 16일 인천에서 업무협약식을 하고 UAM의 성공적 실현과 생태계 구축, 산업 활성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KT는 UAM 통신인프라와 데이터 플랫폼 개발, 모빌리티 사업 모델 연구 및 UATM(교통관리시스템) 개발·실증 협력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UAM 운항·통제 시스템 개발, 여객·물류 운송서비스사업 모델 연구를 수행한다.

같은 날 롯데그룹도 UAM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롯데지주(004990)롯데렌탈(089860)은 인천 영종도에서 'K-UAM 콘펙스' 첫날 실증비행 협약식을 하고 업무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롯데렌탈은 항공과 지상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을 중점 추진하고, 버티포트(UAM 이착륙장)와 충전소 등 제반 인프라의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롯데지주는 그룹 내 역량과 네트워크를 결집해 실증비행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비행체 개발은 미국 기업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가 맡는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UAM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UAM 시장은 2040년 1조5000억달러(약 1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는 2025년 UAM 상용 서비스를 도입하고 2030년부터 본격 상용화에 나설 계획인데, 이를 위해선 그 전에 기체 개발부터 각종 기술 표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등의 준비 작업을 마쳐야 한다.

지난 16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성공적 실현 및 생태계 구축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5개 사 사장단이 협약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욱 KT 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신재원 현대자동차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현대차 제공

현재 UAM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은 인재 영입 경쟁에 한창이다. 한화시스템은 올 연말까지 UAM·위성통신 등 신사업 부문의 인력 확충을 위해 100여명의 경력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2월부터 미국 기업 오버에어와 함께 에어모빌리티 기체 '버터플라이(Butterfly)'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4년까지 개발을 마치고, 2025년 양산과 시범 운영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현대차의 예상 시제품 상용화 시점보다 약 5년 빠르다.

현대차는 UAM 등 신사업 분야에서 향후 3년간 총 4만6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박사를 UAM 사업부 부사장으로 기용하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그룹 미국 UAM 법인 '슈퍼널'은 지난달 영국 '알티튜드 엔젤', 독일 '스카이로드', 미국 '원스카이' 등 3개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기체 개발, 운영 체계 등 업계 공통표준 수립에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화물운송용 무인항공기를 개발 중으로, 2028년 도심에서 운영하는 데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을 내놓겠다는 게 목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현대차·KT 연합 참여로 한화·SKT 연합과의 경쟁 구도가 확립된 데다가 롯데그룹까지 뛰어들면서 UAM 시장 선점 경쟁에 불이 붙었다"면서 "다만 전 세계적으로 UAM 시장은 시제품 개발 등 초기 단계로, 우리나라가 선도적 위치를 점하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