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무겁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금속 부품을 대체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화학기업들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는 전기차 증가와 맞물려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의 단점을 보완해 만든 소재로 가벼우면서도 우수한 강도와 탄성을 자랑한다. 고온의 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어 화재에도 강하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워 주행거리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전기차와 수소차에 사용하면 무게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36%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3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독일계 글로벌 화학기업인 랑세스는 최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부를 분리해 독립법인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랑세스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 지사를 중심으로 법인이 신설될 예정이며, 각 국가별로 상황에 맞춰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연말쯤 새 법인이 출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14개 사업장을 보유한 랑세스는 지난 200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CU편의점으로 유명한 BGF리테일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BGF(027410)는 지난 5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문제조업체 코프라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총 2500억원으로, BGF가 지난 2017년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다. 코프라는 자동차용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에 강점을 가진 곳으로, 지난해 매출에서 자동차용 비중이 80%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한국바스프는 지난 2일 경기도 안산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인력 규모를 현재보다 20%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LG화학(051910)은 태양광 패널 프레임의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해 관련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이 소재를 향후 자동차 내외장재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화학업계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강도를 높이고 양산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한국바스프가 개발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경우 현재 금속의 60% 강도까지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강도를 높이는 것도 다양한 소재를 첨가하면 가능하지만, 비용이 상승해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강도와 함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친환경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LG화학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카보네이트(PC)를 소비자가 사용하고 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기존에는 정보기술(IT) 기업이 주 고객군이었지만, 최근 들어 자동차·산업재 등 다른 산업에서도 재활용 PC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 LG화학 측 설명이다. LG화학은 컬러디자인센터(CDC)를 따로 두고 PC의 색상을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유영출 한국바스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e-모빌리티 등 산업 고도화로 새로운 특성을 가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금속을 대체해 부품을 경량화하면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하는 만큼 지속가능성 역시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상훈 랑세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부 이사 역시 "전 세계 뉴모빌리티 시장이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동맹과 파트너십이 결성되는 등 전략적 재편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