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광폭 행보를 이어가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경영에 나설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내달 초 정기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 인사 제도 개편 등으로 이 부회장이 '뉴삼성'의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여전히 취업제한이라는 족쇄가 있어 경영 전면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23일 혹은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오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공판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에 귀국해 재판을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출장의 핵심인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 지역은 이 부회장 귀국 후 최종 확정·발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파운드리 제1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이어 제2 공장을 미국 현지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제2 공장 후보지로 유력한 곳은 테일러시가 꼽힌다. 오스틴에 인접한 테일러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까지 약속하며 삼성의 170억달러(약 20조원) 반도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삼성전자는 새 공장 부지 확정과 함께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 목표를 위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은 워싱턴D.C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 및 미 의회 핵심 의원들과 만나 반도체 2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길에 미 정·재계 인사들을 폭넓게 만나면서 '민간 외교관'의 역할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미국 정계 핵심 인사들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노력과 한미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하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위상이 한층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이 국내 경영 복귀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복귀한 뒤 굵직한 그룹 현안을 챙겨야 한다. 우선 삼성그룹 계열사 정기 인사가 다음 달 초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라 '뉴삼성' 비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에도 그의 미래 구상이 대폭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내에서는 대대적인 임원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이후 처음 진행하는 임원 인사라, 변화의 메시지를 대외에 전달하기 위해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인사가 마무리되면 각 부문장이 참석하는 글로벌전략회의를 통해 내년도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인사제도 개편도 추진 중이다. 절대평가 확대와 동료평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소개한 개편안 추진 방향은 임직원 고과평가에서 절대평가 확대와 동료평가제 도입이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 나서 현지 투자의 물꼬를 트고 삼성그룹의 쇄신도 진행 중이어서 그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CEO(왼쪽)와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이번 미국 출장을 두고도 일각에선 '취업제한' 조항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올해 2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5년을 통보받아 삼성전자 등기 임원으로 활동할 수도 없다. 이번 미국 출장도 법무부의 승인을 받고 출국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 출장을 두고도 적극적인 경영 활동이라며 법 위반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당분간 국내 경영 활동은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