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투자한 '킨앤파트너스(현 플레이스포)'를 SK(034730)그룹 계열사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가 킨앤파트너스를 SK그룹의 계열사로 최종 판단할 경우 계열사 신고 누락 고의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다. 고의성이 없다면 당국의 제재나 형사 처벌은 면하게 되지만, '대장동 게이트'와 연루된 사건이라 공정위도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와 성동구 킨앤파트너스, 행복나눔재단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에서 공정위는 킨앤파트너스가 자사의 핵심 자산을 처분할 때 최 이사장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부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최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최 이사장이 몸 담고 있는 재단과 킨앤파트너스 간 임원 겸직 문제도 조사했다. 공정위는 킨앤파트너스의 전현직 대표가 모두 최 이사장과 특수 관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킨앤파트너스를 설립한 박중수 전 대표는 최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우란문화재단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우란문화재단은 행복나눔재단 문화사업팀으로 시작해 2014년 독립했다. 킨앤파트너스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우란문화재단 출신들이 주축으로 설립했다. 최 이사장이 박 전 대표와의 친분으로 킨앤파트너스에 1000억원 가량을 투자했을 정도로 둘 사이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후임 이지훈 전 대표도 우란문화재단 출신이다. 이 전 대표는 박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이 회사 지분 100%를 이전받았다. 이후 올해 3월 현 김문호 대표가 취임하면서 킨앤파트너스의 이사진들이 행복나눔재단과 이 재단 산하의 행복에프앤씨 직원들로 대거 교체됐다. 김 대표도 최 이사장 관련 재단에서 근무했더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이나 동일인 관계자(배우자·6촌이내의 혈족·4촌이내의 인척) 등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은 계열사로 분류한다. 지배력의 기준은 ▲동일인 및 동일인 관계자가 임원의 50% 이상을 선임하는 경우 ▲해당 회사의 조직변경, 신규사업투자등 주요 의사 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 영향력 행사하는 경우 ▲동일인 및 동일인 관계자 지배회사와 해당 회사간 임원 겸임, 인사교류가 있는 경우 ▲통상적 범위를 초과해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와 자금·자산·상품·용역거래, 채무보증·피보증 및 계열회사로 인정될 수 있는 영업상 표시행위 등 사회 통념상 경제적 동일체로 인정되는 경우 중 하나만 해당하면 된다. 공정거래법상 최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공정위가 킨앤파트너스를 SK계열사로 인정할 경우 SK그룹은 계열사 신고 누락 혐의를 받게 된다. SK그룹은 자본총액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현행 공정거래법상 신규 계열사를 편입할 경우 1개월 이내에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계열사를 누락할 경우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에 해당돼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공정위가 계열사 신고 누락에 고의성이 없었고, 신고 누락으로 기업이 얻는 실익이 없었다고 인정하면 검찰 고발을 하지 않는다.
SK그룹이 킨앤파트너스를 고의로 계열 누락했다고 결론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견해다. 킨앤파트너스는 최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였고, 계열사 신고를 누락해 SK그룹이 얻을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SK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등을 제대로 인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SK그룹이 계열사 신고를 실수로 누락했는데 공정위가 '고의성이 없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경고' 처분만 내린 사례도 있다. SK는 2017년과 2018년 공정위에 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투자회사인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와 이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3개 회사 등 총 4개 SK 계열사 자료를 누락했다. 당시 파라투스를 소유하고 있던 A씨가 2014년 12월 SK의 계열회사인 SK바이오랜드에 임원(기타비상무이사)으로 선임되면서 이 회사는 SK 계열 편입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SK는 파라투스를 기타란에 기재하면서 계열 신고를 수년간 누락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고의성이 없다며 지난 9월 최 회장에게 경고 조치만 했다.
이번 사안이 대장동 게이트 수사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결론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재계에서 나온다. 최 이사장은 2015년 킨앤파트너스에 연 10%의 고정이율로 400억원을 빌려줬고, 이 자금은 대장동 비리 의혹의 핵심 회사인 화천대유에 투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