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모듈의 기초 원료 가격이 4개월 만에 하락했다. 중국의 전력난이 야기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에 희소식이다. 중국이 태양광 소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금속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메탈실리콘 가격이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메탈실리콘(421·화학산업용)은 톤당 4만8000위안(약 890만원)에 거래됐다. 한달 전 톤당 6만8000위안(약 1250만원)에서 30%가량 하락했다. 메탈실리콘 가격이 올해 상반기 1만2000위안(약 220만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고점이지만, 공급이 연말까지 늘면 가격도 차츰 내릴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전남 영암군 학산면 간척지 태양광 시설. /조선DB

메탈실리콘은 모래 등에서 규소를 추출·가공한 것으로 태양광 패널의 핵심 자재인 폴리실리콘의 원료다. 다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메탈실리콘 가격이 치솟으면서 메탈실리콘 → 폴리실리콘 → 잉곳·웨이퍼 → 셀 → 모듈 등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의 비용부담이 커졌다.

메탈실리콘 가격 폭등의 원인은 중국의 석탄 수급 문제였다. 메탈실리콘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초부터다. 여름철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급증했고, 발전용 연료탄 가격은 지난 6월 톤당 100달러에서 지난달 중순 230달러까지 올랐다. 중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60% 안팎을 차지하는 석탄 화력발전소들이 운영이 어려워졌고, 결국 전력난으로 이어졌다. 9월부터 중국 지방정부들이 공장까지 멈춰 세웠다. 전력사용량이 많은 실리콘 업체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공급 감소는 곧 메탄실리콘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원자재 비용에 '수출 대란'까지 겹친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솔루션(009830)의 태양광 사업 부문인 한화큐셀은 올해 3분기 9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이다. 적자폭도 24억원 → 149억원 → 646억원 → 957억원으로 커졌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6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분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고, 신성이엔지(011930)는 1억25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메탈실리콘 가격이 내린 배경도 중국의 석탄 생산량이 늘면서 실리콘 공장이 속속 생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 따르면 11월 첫째주 하루 평균 석탄 생산량이 1170만톤으로 한달 전과 비교해 10%가량 늘었다. 발전소 석탄재고도 20일 치 이상 쌓였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대표적인 탄소 배출사업인 석탄 화력발전을 늘리니, 국내 대표 재생에너지 사업인 태양광 시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태양광 모듈 소재 시장은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1년 3분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폴리실리콘 점유율은 77%다. 웨이퍼 상위 10개사도 모두 중국 기업으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중국의 소재 공급 없이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요소수 사태처럼 '공급자'인 중국의 정책 결정에 따라 '수요자'인 한국이 휘둘릴 수 있는 만큼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정화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어 앞으로 생존을 위한 경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내수 시장에서 국산 제품 채택을 늘리는 방식 등 우리 태양광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