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 원자력발전소 사업 수주를 위해 사업비용을 경쟁사보다 최대 30% 저렴하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내년 3월까지 이런 내용의 사업제안서를 폴란드 당국에 제출한다. 원전업계에서는 폴란드가 가격보다는 에너지 안보 강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가격 경쟁력만으로 폴란드 원전을 수주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현지 언론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폴란드 에너지당국에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기술력, 경제성, 재원 조달 등 모든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특히 경쟁사보다 최대 30%까지 저렴하게 원전을 건설할 수 있다는 제안을 폴란드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원전이 없는 폴란드는 유럽연합(EU)의 탄소 감축 계획에 따라 2018년부터 원전 건설을 추진해왔다. 폴란드는 2040년까지 자국 내 2곳에서 각 3기씩 총 6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한수원 외에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EDF(전력공사)가 폴란드 원전 수주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한수원이 제시한 정확한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EDF는 원전 6기를 건설하는데 485억유로(약 65조8000억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쉐라톤그랜드호텔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부터)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보그단 필치 폴란드 전력산업협회장이 현지 공급망 개발과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수원 제공

한수원은 총 발전용량 8.4기가와트(GW)인 APR1400 원자로 6기를 건설하겠다고 폴란드 정부에 제안했다. APR1400은 한국이 독자 개발한 경수로형 원전이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수출한 원전 4기도 APR1400이다. 한수원은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 수주를 위해 기술, 사업비, 공정, 재원 조달, 사업 관리 분야 등으로 제안서를 구성해 내년 3월 폴란드 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폴란드 정부는 원전 사업자가 사업비의 49%를 자체 조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수원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수출 신용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수원은 또 폴란드 전력산업협회(IGEOS)와 현지 공급망 개발·구축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과 대우건설(047040) 등 국내 원전 업체도 현지 기업들과 MOU를 체결하고 원전 수주전을 함께 뛰고 있다. 한수원은 수출입은행,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국의 저가 수주 전략이 이번 폴란드 원전 수주전에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이 자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며 폴란드 원전 수주에 나선 것을 두고 현지 당국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폴란드는 이번 원전 건설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길 원한다. 폴란드는 석유와 가스 90%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폴란드는 이번 원전 수주국과 에너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계속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리적으로 가까운 프랑스와 그동안 폴란드의 탈러시아를 지원했던 미국이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는 이번 원전 건설을 계기로 에너지 분야에서 탈러시아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뿐만 아니라 별도의 에너지 협력 제안도 필요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동유럽의 탈러시아를 지원하고 있었다. 과연 문재인 정부가 탈러시아를 진행하는 폴란드에 여러 ‘당근’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