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그룹은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대한상공회의소 전 회장)이 연구원 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10일 밝혔다. 또 박 회장의 두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010470) 부사장,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는 전문 분야에 맞는 커리어를 위해 그룹 임원직에서 물러난다.

두산그룹 측은 "박용만 회장께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고 계속 얘기해 왔다"며 "매각 이후 경영 실무는 관여하지 않고 있었고, 매각이 마무리됐으므로 자연스럽게 사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 프레스센터에서 산티냐시오 디 로욜라 성당에서 열린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와 관련해 간담회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아들 둘이 다 독립을 하겠다고 했다. 부모로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가 맞는 일이다"며 "나도 연초부터 공언한 대로 그룹의 모든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그룹의 실무를 떠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상징적 존재로 있던 자리까지 모두 떠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이제 이렇게 두산을 떠나는 것이니 나도 독립이다"며 "이제부터는 그늘에 있는 사람들 더 돌보고 사회에 좋은 일 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삼부자 모두가 각각 독립하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서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 소외계층 구호사업 등 사회에 대한 기여에 힘쓸 예정이다.

또한 박 회장의 장남 박서원 부사장과 차남 박재원 상무는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맞는 일을 찾아 독립하는 것'을 이번 결정의 이유로 들었다. 박서원 부사장은 "관련 업계에서 다수의 유망 회사들을 육성하는 일에 이미 관여하고 있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상무는 향후 스타트업 투자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박 상무는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벤처캐피탈 회사 설립을 주도하는 등 관련 사업에 관심과 역량을 보인 바 있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조선DB

1955년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으로 태어난 박 회장은 서울대,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을 거쳤다. 이후 지난 2012년 '형제경영' 전통에 따라 박용현 회장의 후임으로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두산그룹은 '형제 경영'을 창업 3세대까지 이어왔다.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박용성 두산그룹 전(前) 회장→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형제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고 박용오 전 회장이 2005년 동생 박용성 전 회장의 취임에 반발해 검찰에 그룹의 분식회계 등을 고발하면서 오너 일가의 치부가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을 비롯해 '원(原)'자 돌림의 4세들이 계열사를 경영하는 '사촌 경영'이 자리 잡았다. 박용만 회장이 후임으로 자신의 자제가 아닌 조카이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을 추천하면서다.

이후 박 전 회장은 2013년부터 맡았던 대한상의 회장과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올 3월 대한상의 회장 임기가 끝나고, 이어 8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되면서 공식 직책은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만 남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