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건설 현장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내 주요 건설기계 기업들이 디젤 엔진을 대체하는 수소·전기 등 친환경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굴착기나 지게차 등 건설기계도 2015년 이후 생산된 경우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국내 SCR이 부착된 건설기계는 전체의 50~60%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기계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중형 수소 지게차. /현대건설기계 제공

9일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요소수 품귀 현상을 계기로 친환경 제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내년 출시 예정이었던 5톤(t)급 수소 지게차 양산 모델을 계획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지난해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관련 법 개정과 인프라 구축 등이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기계는 법 개정 작업 등이 마무리되면 수소 지게차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소굴착기 개발도 앞당길 계획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5월 전기 굴착기에 장착되는 배터리팩 시제품 1호기를 제작 완료했으며, 내년 초에는 이 배터리팩을 탑재한 1.7t급 전기 굴착기 초도품을 만들 예정이다. 볼보건설기계는 작년 소형 전기 굴삭기인 ECR25와 소형 전기 휠로더 L25를 출시하고, 유럽과 미국의 소규모 공사 현장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소·전기 등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건설기계는 디젤 엔진보다 매연이 없고 소음이 적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충전 빈도가 잦고, 시·공간 제약이 많아 건설 현장에선 크게 선호하지 않았다. 인프라가 갖춰지려면 시간이 걸리기에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2023~2025년 정도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더해 최근 '요소수 대란'이 일어나면서 이들 업체는 친환경 모델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이다.

건설기계 역시 일반 디젤차와 마찬가지로 2015년 이후 생산된 경우 요소수를 필수적으로 써야 한다. 굴착기, 휠로더 등 건설기계 장비는 대부분 디젤 엔진으로, 건설현장에 있는 전체 건설기계 중 SCR이 달려 있는 장비는 대략 50~60%에 달한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14t급 휠 굴착기(타이어식)의 경우 4∼5일마다, 대형 굴착기는 많이 쓰면 하루에 요소수 10ℓ 1통이 필요하다.

볼보건설기계그룹이 지난해 선보인 친환경 저소음 전동식 건설장비인 L25 전동식 소형 휠로더(왼쪽)와 ECR25 전동식 소형 굴착기. /볼보그룹코리아 제공

이렇다 보니 겨울을 앞두고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요소수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건설 현장 종사자는 "비싼 값을 주고도 요소수를 살 수 없는 상황이라 현장 사무소도 난처한 상태라고 들었다"면서 "장기계약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로서 하루 단위 계약하는 기사들은 직접 요소수를 구해야 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기계업계는 올해 들어 친환경 제품 개발을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 4월 처음으로 5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한 현대건설기계는 이 중 300억원을 에너지 절약과 환경오염 저감에 기여하는 기술혁신센터 건설 및 친환경 수소 지게차·굴착기를 개발하는 데 쓸 계획이다. 두산인프라코어역시 2011년부터 운영하던 지속가능경영 전담 조직을 지난 1월 ESG팀으로 개편했다.

건설기계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기 건설기계의 소음은 디젤엔진 기계보다 9데시벨(dB) 정도 낮고, 400시간 공사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도 6t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번 요소수 대란처럼 예기치 못한 사태를 대비하는 동시에 강화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디젤엔진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