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관계인 집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스타항공은 채권 변제율 합의를 위해 리스사 등 채권단과 막바지 조율에 들어갔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형남순 ㈜성정 회장은 "이스타항공을 살리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며 마지막까지 채권단 설득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성정은 이날까지 인수 잔금 약 630억원을 납입해야 한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관계인 집회 5영업일 전까지 인수 잔금을 납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남순 회장은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잔금 준비도 다 끝난 상황"이라며 "변제 규모에 대한 채권단과의 합의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정은 올해 6월 이스타항공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 대금 700억100만원 가운데 계약금으로 70억원을 납부한 상태다.
형남순 회장이 채권단과의 협의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이유는 오는 12일 예정된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 변제율을 최종 합의하기 때문이다. 관계인 집회는 채권자 등이 법원에 모여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다.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자 3분의 2 이상이 변제율에 동의하면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만, 동의를 얻지 못하면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성정 입장에선 채권 변제율과 관련해 리스사 설득에 진전이 있어야 안정적으로 인수 잔금을 납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과의 합의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경우 관계인 집회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이스타항공과 ㈜성정은 변제율 합의와 관련해 매일 늦은 밤까지 채권단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해외 리스사들이다. 이들은 3.68%의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 변제율을 문제 삼아 이스타항공에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운항이 금지된 B737 맥스 기종에 대한 리스료 수십억원을 일시에 지급하라는 식이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말 B737 맥스를 도입했지만, 연이은 추락 사고로 아직 한 번도 운항해보지 못한 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두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채권단 설득에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리스사들과 의견 차이가 매우 컸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상황"이라며 "구두 합의를 넘어 문서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리스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채권 금액이 낮아질 수 있어 최종 채권 변제율은 기존 3.68%보다 약 1%포인트(P)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항공업계에선 리스사 등 채권단이 이스타항공이 제시한 변제율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청산 가치가 없는 탓에 파산 절차를 밟을 경우 채권단이 한 푼도 챙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과 같은 저비용항공사(LCC)는 여객기를 구매하는 대신 대부분 리스사에서 빌려오기 때문에 현금으로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거의 없다. 리스사 입장에선 이스타항공과 장기적으로 거래를 유지하는 게 파산시키는 것보다 이득이 될 수 있다.
채권단이 변제율에 동의해 법원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경우, ㈜성정은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으로 확정된다. 이스타항공은 이후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사들의 '안전 면허'인 AOC(항공운항증명) 재취득 절차에 돌입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3월 모든 노선의 운항이 중단돼 현재 AOC 효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AOC를 최대한 빨리 취득해 내년 1월 말에 상업 운항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임금을 반납하고 있다. 정상화 과정에 필요한 운영 자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올해 6월 1일부터 AOC 재취득일까지 발생하는 임금을 반납하기로 했는데, ㈜성정 입장에선 임직원의 급여 반납으로 수십억원의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직원의 92%가 임금 반납에 동의한 상태다. 임금 반납에 동의했다는 이스타항공의 한 직원은 "회사가 없어지면 수백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이번 임금 반납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형남순 회장은 "직원들의 임금 반납 소식을 듣고 이스타항공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더 확고해졌다"며 "직원들에게 이 은혜는 반드시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기업사냥꾼도 아니고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이스타항공으로 부귀를 누릴 생각도 없다. 국민들이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강소항공사로 키우고 싶다는 목적뿐"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