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발전 비중을 최대 10.1%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오를 두고 에너지 업계에서 탄소중립을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연료전지 발전 기술의 탄소배출량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발전 단가가 LNG보다 비싸고, 원자력 발전보다는 5배 정도 비싸 경제성 측면에서도 뒤떨어진다.

3일 에너지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대규모 발전에 적합한 MCFC(Molten Carbonate Fuel Cell·용융탄산형 연료전지)의 탄소배출량은 ㎾h(킬로와트시) 당 350g 수준이다. 2018년 기준 국내 전력 계통망의 LNG발전소는 ㎾h 당 389g의 탄소를 배출한다.

지난 달 26일 열린 '신인천 빛드림 연료전지 발전소 종합 준공식' 행사에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실장(왼쪽 일곱 번째)과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왼쪽 여덟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남부발전 제공

연료전지 발전 가운데 SOFC(Solid Oxide Fuel Cell·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방식은 kWh 당 261g의 탄소를 배출한다. LNG발전이나 MCFC 방식보다 탄소 배출이 적지만, 국내에선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다. 원천기술은 미국 블룸에너지사가 보유하고 있어 국내 발전소 건립도 제한적이다. 현재 SK에코플랜트가 블룸에너지와 합작사를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SOFC 사업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27일 2050년까지 LNG를 포함한 화력발전 전체를 전면 중단하는 시나리오 A안과 LNG 발전은 일부 유지하는 B안을 함께 최종 채택했다. 화력발전을 대폭 줄이는 대신 연료전지 발전을 최대 10.1%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이에 맞춰 한국전력(015760) 발전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이 80메가와트(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착공한 데 이어 서부발전도 77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에 착수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수소 생산 때 발생하는 탄소를 감안할 경우 LNG발전과 연료전지 발전 간에 유의미한 탄소배출 차이는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대부분 천연가스에서 추출한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1㎏의 수소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10㎏을 배출한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수소 중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생산된 ‘그린수소’는 5%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를 포함하면 연료전지 발전은 오히려 탄소중립 정책을 역행한다.

높은 수소 가격 때문에 발전 단가도 저렴하지 않다. 연료전지 발전 단가는 지난해 kWh당 200.2원이었다. LNG의 발전 단가는 132.7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국제 유가 폭락으로 LNG 가격이 저렴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료전지 발전 단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단가는 40원 수준이다.

정부는 선진국에서도 연료전지 발전이 꾸준히 보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6월 현재 발전용 연료전지 설치 용량은 한국이 662㎿로 가장 많고 미국 527㎿, 일본 352㎿ 순이다. 유럽 국가는 연료전지 발전 비중이 미미하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가정용이나 소형 빌딩에 주로 쓰이는 1㎾ 저용량 연료전지 발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대형 연료전지 발전소는 없다. 한국 다음으로 많은 연료전지 발전을 이용하는 미국 역시 대부분 도심의 대형 빌딩이나 대학캠퍼스에 설치돼 있다.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설치 용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은 미국, 일본과 달리 대규모 발전소 건립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코네티컷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이 당국의 불허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코네티컷 당국은 연료전지 발전에서 탄소가 발생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고 소음 문제도 해결이 안됐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연료전지 발전을 도입한다는 한국과 상반된 견해를 보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연료전지 발전을 도심이나 주택가에 주로 사용하는 것은 연료전지 발전이 분산형 전원이기 때문이다. 분산형 전원은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시설이다. 송전탑·송전선로 설치에 따른 환경 파괴가 없고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손실도 없다. 설치 면적도 작다. 1㎿ 전기 생산을 기준으로 할 때 연료전지는 180㎡, 태양광은 2만㎡의 면적이 필요하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주로 대형 빌딩이나 IT기업의 데이터 센터 등에 연료전지 발전이 쓰이는데 국내에서만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이 활발하다”며 “향후 10년 이상은 탄소를 배출하며 생산된 ‘그레이 수소’를 연료전지 발전에 쓸 수밖에 없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으로 설정한 문재인 정부가 이를 역행하는 정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