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막대한 적자로 법정 관리까지 갔던 중형 조선사들이 조선업계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벌써 한해 수주 목표를 조기 달성하면서 수년 만에 정기 공채를 실시하는 등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은 오는 5일까지 연말 정기 공채를 실시한다. 생산, 설계, 재무, 기획, 영업 등 직군도 다양하다. 직군당 채용 인원은 한자릿수로 전체 채용 규모는 수십명으로 추정된다. 이번 공채는 2013년 당시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모든 채용이 중단된 지 8년 만에 이뤄졌다. STX조선해양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400명 안팎의 신입을 채용해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적자가 지속되면서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갔고 공채도 전면 중단됐다.
케이조선이 대규모 공채에 나선 것은 회사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어서다. 케이조선은 올해 7월 KHI-인베스트먼트와 유암코(연합자산관리)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8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총 18척의 선박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추가 수주가 가능한 옵션 물량 6척까지 포함하면 반년 만에 한 해 수주 목표의 133%를 실현한 셈이다.
올해 4월 채권단 관리에서 졸업한 대선조선도 오는 12일까지 경력직을 채용한다. 선장설계, 기장설계, 전장설계 등 직무에서 한 자릿수 인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오는 12월에는 인턴 사원도 채용할 예정"이라며 "연간 수주 목표 3억달러(약 3500억원)를 상반기에 조기 달성하면서 일감을 대거 확보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선조선은 지난해 동일철강에 인수된 뒤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어업실습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연달아 수주하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대한조선도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을 실시했다. 한해 수주 목표로 제시했던 중형 선박(아프로막스급) 14척을 초과 수주하는 등 일감을 대거 확보한 영향이 크다. 올해 9월 동부건설(005960) 컨소시엄에 인수된 한진중공업도 6년 만에 상선 수주에 성공하면서, 상선 건조 인력 확보에 나섰다. 앞으로도 중형 컨테이너선과 중소형 LNG·LPG선,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원유운반선 등의 수주에 영업력을 집중하기 위해 해당 분야 인력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형 조선사들이 앞다퉈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선 것은 올해 일감을 대거 확보한 배경도 있지만, 현장에 인력이 부족한 영향도 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케이조선과 한진중공업(조선 부문)의 직원 수는 각각 917명, 981명이다. 이는 작년 상반기 대비 각각 102명, 105명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선조선은 9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장기간 이어진 일감 부족 사태로 조선소를 떠난 인원들이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수주한 선박의 건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말부터 인력 부족 현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인력 채용을 서두르고 있지만 충분한 인원을 채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