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던 해상 운임의 오름세가 최근 잦아들고 있다. 그러나 물류대란이 해결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탓에 운임 역시 장기간 하락세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운임의 수혜를 입은 선사들의 '실적 잔치'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9일 기준 전주보다 16.11포인트 떨어져 4567.28포인트를 기록했다. SCFI는 지난달 8일 4647.6포인트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연달아 하락했는데 3주 연속 하락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철광석과 석탄 등을 운송하는 건화물선(벌크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도 지난달 6일 5647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같은 달 29일 3519포인트까지 급락했다. 지난 8월 12일 이후 최저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 주변의 컨테이너선과 화물 터미널을 28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방면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 로스앤젤레스항은 백악관의 요청에 따라 화물 적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24시간 하역 작업을 시작했다. /AFP 연합뉴스

해상 운임 하락은 중국의 전력난과 탄소 중립 정책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물동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앞서 중국은 발전용 석탄 가격이 연초보다 50% 이상 오르면서 일부 화력 발전소가 가동을 멈춰 전력 대란을 겪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2060년 탄소 중립을 위해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각 지방정부에 주문하면서 전력난을 가속화했다. 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해 31개 성·시(省市) 가운데 20곳 이상이 전기 사용을 제한했다.

이 때문에 지난 9월과 10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돌았다. PMI는 제조업 경기를 파악하는 지표로 통상 50 이상이면 경기 확대,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GDP 성장률도 둔화해 최근 1년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의 운임 하락이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상승세의 반환점이 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이 이어지는 데다 항만 병목현상도 풀리지 않고 있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류대란이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운임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운임이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이라며 "전체적인 상승세를 뒤집을 만큼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병목현상이 극심한 미주 서부 노선의 운임은 아직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서부로 가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6414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북유럽 노선 운임도 1TEU당 7693달러로 다시 오름세를 이어갔다.

해운업계는 지난 1년간 급등한 운임 덕분에 '실적 잔치'를 이어갔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028670)은 지난 3분기 19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13년 만의 최고치였던 2분기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4% 늘어난 수치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011200)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배 늘어난 2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 2분기보다 60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흐름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800억~2100억원대로, 3분기와 비슷하거나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HMM도 4분기에 1조9000억~2조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운임이 예전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물류대란이 해결되거나 선박 추가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새로 발주한 선박들이 나오려면 2023년은 돼야 해 물류대란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해운사들의 내년 실적도 올해와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