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할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회사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전 처음에 자격증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다른 취업준비생들은 미리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 미리 유튜브로 공부도 하고 왔어요.”

경기도의 한 경제사업장(화훼공판장)에서 근무하는 구자현(30)씨는 3톤 미만 지게차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기술교육센터에 등록했다. 같이 근무하는 동년배의 직원들이 대부분 정식 면허를 따면서, 구씨 또한 본격적으로 건설기계를 배울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월엔 3톤 미만 굴착기 면허도 취득했다.

굴착기와 지게차 운전 및 정비 수업을 듣기 위해 건설기계(중장비) 교육장을 찾는 MZ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출생한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유튜브에는 ‘20대 굴착기 기사 브이로그’, ‘월 1000(만원) 버는 지게차 청년’ 등 20~30대 청년들이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작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단순노무직 청년은 59만9000명으로 4년 전보다 12만명 가까이 늘었다.

◇ 소형 굴착기 면허 교육장 가보니… 교육생 7명 中 5명이 ‘MZ세대’

소형 건설기계 면허는 이틀에 걸쳐 교육을 받으면 ‘무시험’으로 취득할 수 있다. 소형 건설기계란 장비 중량이 3톤 미만인 굴착기와 5톤 미만 로더, 포크로 들어올리는 중량이 3톤 미만인 지게차를 의미한다.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교육센터에서 12시간(로더는 18시간) 교육을 받은 후 발급된 교육 이수증으로 시·군·구청에 신청하면,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증을 교부 받을 수 있다. 이보다 큰 건설기계는 기능사 시험을 거쳐야 한다. 구직자가 직업능력개발훈련과정으로 운전·정비 교육을 받으면 교육비가 무료이며 훈련수당도 월 20만원 지급된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기술교육센터는 건설기계 제조사가 운영하는 유일한 건설기계 직종(정비 및 운전) 구직자 직업훈련 기관이다. 현재까지 약 1만명의 자격 취득 인력을 배출했다.

직접 교육을 받아 보니 첫날 오전엔 법규 도로 통행방법 및 면허신청 방법, 건설기계 유압장치 등 이론 수업이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교육은 3명과 7명, 총 두 조로 나뉘어 진행됐다. 다른 조 교육생 7명 중 5명이 20~30대였고 이론 교육에 들어온 강사(직원) 3명 중 1명 20~30대였다.

흔히 포클레인으로 알려진 굴착기는 국립국어원이 일본식 표현인 ‘굴삭기’를 순화한 명칭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굴삭기(Excavator)와 굴착기(Drilling Machine)를 구분하고 있다. 굴착기는 대부분 압력을 가한 기름에 의해 피스톤이 구동되는 유압(油壓)식으로, 강한 힘과 신속한 반응속도가 특징이다.

3톤 미만 굴착기 운전 실습 교육 장면. /박제성PD

◇ 게임 조종하는 듯한 굴착기 조작

오후엔 장비 운전 실습 교육이 진행됐다. 3톤 미만 굴착기를 직접 몰며 흙 파서 옮기기, 평탄화 작업 등을 한다. 굴착기는 5종류의 움직임을 운전석에서 동시에 조작할 수 있다. 마치 오락실에서 게임기 ‘조이스틱’을 조종하는듯 한 느낌이 들었다.

굴착기의 작업 부위를 사람의 팔로 보면 버킷은 손목 아랫부분, 암은 팔꿈치와 손목 사이, 붐은 어깨와 팔꿈치 사이로 볼 수 있다. 숙련된 자들은 이를 마치 자신의 팔처럼 다룬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흙을 파고, 옮기고, 다시 메꾸는 작업을 반복하며 동작과 친해지는 게 우선이다. 단순히 땅만 잘 파서도 안 된다. 땅을 꾹꾹 눌러 흙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다림질’, 파헤쳐진 땅을 편평하게 정리하는 ‘평탄화 작업’ 등도 굴착기 기사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다.

정하정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기술교육센터 부장은 “잘하려고 하면 동작이 엉키기 때문에 멀리 있는 흙을 내 앞으로 가져온다는 생각으로 즐기며 해야 실력이 는다”면서 “여러 번 연습하다 보면 조작 레버를 몇 시 방향으로 틀어야지 원하는 동작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지 나만의 법칙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이 재밌다 보니 한 번 굴착기에 올라가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잘 안 내려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튿날엔 기관·전기 및 작업장치 이론 수업이 진행됐고 전날에 이어 장비 운전 실습이 한번 더 이뤄졌다. 실습 난도를 높여 직육면체 모양으로 땅을 파는 소위 ‘묫자리 파기’ 기술을 연습했다. 정확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속도다. 작업이 느린 기사는 일거리를 구하기 어렵다. 섬세함도 필요하다. 다른 기사 소유의 덤프트럭에 흙을 담을 때, 장비가 상하지 않게 부드럽게 내려놓아야 한다.

정하정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기술교육센터 부장이 소형건설기계 이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 취직 시 가산점에 경력 쌓일수록 높은 임금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현장에서 MZ세대 비중은 최근 2~3년 사이에 눈에 띄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 중 단순노무직 종사자는 작년 5월 9.4%에서 올해 동월 10.2%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건설업 종사자는 3.8%에서 3.9%로 늘었다. 또 2021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를 보면 20세∼29세 이하의 청년층이 전체 취득자의 44.7%로(32만49명) 가장 많다. 이 중 20대 남성은 컴퓨터활용능력1급·2급, 워드프로세서 종목에 이어 지게차운전기능사를 많이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취직이 어려워지고, 쿠팡을 비롯한 물류업계가 활발해진 점 등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MZ세대도 면허 발급이 가능하고, 취업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종목을 선호한다. 굴착기운전기능사의 경우 6급 이하 및 기술직 공무원 채용 시험 시 공업 직렬의 운전 직렬에서 3%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공공기관 및 일반기업 채용 시 보수·승진 등에서도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연봉은 경력에 따라 4000만~9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굴착기운전기능사를 취득하고 취업을 하면 초반에는 조수로 일하며 비교적 적은 보수를 받는다. 이후 경력과 연차가 쌓이면 600만~800만원대 월급을 가져갈 수도 있다. 자차를 소유한 경력자의 경우 그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최근 현장 면허 관련 규정이 엄격해지면서 관련 기업에서 직원들을 의무적으로 교육장에 보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하정 부장은 “MZ세대 교육생이 전체의 60% 정도”라면서 “현장에서도 이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 건설기계 운전뿐 아니라 정비 교육을 받은 직업 훈련생을 보내달라는 문의가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