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여행맛 3호점에 나와있습니다. 정말 비행기 같지 않나요. "
이달 1일 제주항공(089590)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밀키트만 믿고 승무원이 직접 도전한 셰프의 길'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제주항공 현직 승무원이 기내식 카페 '여행맛'에서 새로 출시한 밀키트 상품을 직접 요리한 뒤 맛보는 내용이었다. 이 영상에는 '제주항공의 밀키트라니 너무 신기하다'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느냐' 등의 댓글 수십개가 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하늘 대신 유튜브에서 고객과 만나고 있다. 승무원들의 기내식 먹방부터 브이로그(Vlog·일상을 찍은 동영상)까지 콘텐츠도 다양하다. 인기 영상은 조회수가 200만회를 넘어설 정도로 반응도 뜨겁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를 대비해 잠재 고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LCC는 에어부산(298690)이다. 지난 29일 기준 5만1800명이 구독하고 있다. 2019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최근 구독자 수가 가파르게 오르더니 올해 7월 5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어떻게 식사를 하는지 소개하는 영상은 300만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부기장과 승무원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영상은 조회수 105만회를 기록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평소 승객들이 비행기 탑승 후 궁금해할 수 있는 콘텐츠 위주로 제작한 게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비행기 정비사들은 본인 차도 직접 정비할까' '몽골승무원은 정말로 힘이 셀까' '비행기 화장실은 밖에서도 열 수 있을까' 등의 영상도 에어부산의 인기 콘텐츠다.
구독자 2만4000명의 제주항공은 전사적 차원에서 유튜브 채널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 마케팅 부서에서 운영하는 제주항공 공식 채널에선 새로 출시한 밀키트 먹방, 비즈니스 클래스 후기 영상 등 주로 신규 서비스를 소개한다. 현직 제주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감귤항공'에선 토크쇼 형식을 빌려 '가장 기억에 남는 위급상황' '비행 중에 봤던 유명인' 등의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진에어(272450)와 티웨이항공(091810)도 매주 승무원들이 출연하는 영상을 공식 채널에 게시하고 있다. 진에어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패러디 영상을 올렸다. 승무원들이 여객기 안에 쪼그려 앉아 조기 퇴근을 걸고 설탕 뽑기를 하는 식이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사이판 항공편에 탑승한 승무원의 브이로그를 올렸다. 올해 8월 취항한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도 유튜브 활동에 합류하면서 1호기 보잉 여객기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다.
LCC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은 직원들이 직접 출연하고 일부 촬영과 편집 작업도 맡는다. 에어부산의 경우 영상 속에 등장하는 승무원 모두 본인 비행 스케줄을 온전히 소화하면서 영상 촬영에도 참여다. 제주항공의 경우 콘텐츠만 좋다면 누구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 게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은 인사 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회사에선 외주 없이 홍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LCC들이 유튜브 채널 활동을 확대하는 이유는 서비스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영상을 통해 새로 출시한 서비스나 신규 취항 노선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진에어는 기내식 콘셉트의 간편식 '지니키친'을, 제주항공은 기내식 카페 '여행맛'을 소개하는 데 자사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다. 브랜드 인지도 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포화된 항공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항공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유튜브를 통해 밝고 친숙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