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철강 감산에 나서면서 지난달 조강(쇳물) 생산량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강은 모든 가공 강철 제품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중국이 조강 생산량을 줄였다는 것은 전체 철강 제품 생산의 감소를 의미한다. 국내로 유입되는 값싼 중국산 철강재가 줄면 국내 철강사들은 가격 협상력이 생겨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업계에선 중국이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감산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이 얻는 반사이익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7380만t(톤)으로 작년 대비 21.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만의 최저치다. 중국은 올해 5월 9950만t의 조강 생산량을 생산하며 정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지난 4개월 사이 월간 조강 생산량은 약 26%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550만t의 조강을 생산하며 작년 9월 대비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조강 생산을 줄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크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내걸면서 자국내 이산화탄소 배출의 15%를 차지하는 철강산업 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대기 오염 수준을 낮추기 위해 철강사들의 조업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내 조강 생산량 감소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철강 제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철강사들은 한국 등에 철강재를 수출하면 정부로부터 13%의 증치세(부가가치세)를 돌려받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자국 철강산업 안정을 위해 올해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증치세 환급을 폐지하고 지난달부터 일부 철강 제품에 최고 25%의 수출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에선 국내 시장을 교란했던 값싼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줄면서 국내 철강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포스코(POSCO)와 현대제철(004020)이 생산하는 열연 강판 가격은 작년의 2배 수준인 t당 13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철강재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전환하면서 철강재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철광석 가격은 t당 125달러로 한 달 사이 약 35% 올랐다.
철강재 가격 상승은 철강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에 사상 최대인 3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대비 367%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45% 늘어난 20조6370억원을 달성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료비 증가에도 판매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현대제철(004020) 역시 작년 동기 대비 2176% 오른 7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매출 전망치는 작년 대비 40% 오른 6조2225억원이다.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 호조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이 철강 감산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동차·조선·건설 등 국내 전방 산업의 철강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지난 25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판매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조선소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수주 규모가 4배 늘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288% 오른 9조3150억원,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3040% 오른 2조2934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