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터널 환기구 양방향 전기집진기' 설치를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최종 결론 내렸다. 앞서 서울교통공사가 재심의를 신청했으나 같은 판단이 나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 감사위는 '서울교통공사 주요 부진사업 지연실태 특정감사' 결과 양방향 전기집진기 설치 사업 지연 등 총 10건의 위반사항을 지적했다.

양방향 전기 집진기 개념도. /서울교통공사 제공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일종의 '대형 공기청정기'로 지하철 터널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터널에서 도심지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동시에 제거하는 설비다. 지난해 5월 사업자로 '리트코'를 선정한 뒤에도 관련 업체들 간의 소송과 서울시 감사 등이 이어지면서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서울시 감사위는 서울교통공사가 양방향 전기집진기 사업을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 감사위 결과서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양방향 전기집진기가 2019년 시범사업으로 효과가 검증됐는데도 부서 간 협조 미흡 등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사업을 지연시켰다. 또 이 과정에서 기술과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다른 제품을 더 효율적이라고 사장에게 허위 보고한 뒤 검토를 이유로 사업을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2019년 예산 가운데 45개소 설치분(210억원)에 대해 지난해 12월 조달청에 계약 의뢰하면서 일부 공종을 누락한 점, 지연이 심각한데도 국고 보조금을 상습 이월시킨 점 등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감사위는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특정기술에 하자가 있어서 적용이 불가능하거나, 특정기술 보유업체에서 협약을 불이행하는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업체의 제품 또는 공법을 적용하는 건 공공기관으로서 신뢰를 저버린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양방향 전기집진기 기술을 보유한 리트코는 "늦게나마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 다행"이라면서도 아직 2020년도 예산(300억원)도 집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리트코 관계자는 "사업 지연으로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2021년, 2022년 관련 예산은 신청조차 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소송 등의 문제로 사업이 다소 지연이 됐다"며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