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공급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양대 LPG 수입사인 SK가스(018670)와 E1(017940)이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해 10월 가격은 동결했지만, 이후 국제 LPG 가격은 물론 환율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더이상 인상을 미루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PG를 판매하고도 제 값을 받지 못하다보니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도 가격 인상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다.
26일 LPG 업계에 따르면 SK가스와 E1 등 국내 주요 LPG 사업자들은 이르면 이번주 중 11월 국내 LPG 공급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말 10월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판의 경우 가정·상업용이 kg당 1144.8원, 산업용이 kg당 1151.4원을 유지했고, 부탄은 kg당 1536.96원에 공급을 이어갔다. 국내 LPG 시장 점유율은 SK가스와 E1이 8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이 책정하는 매월 공급가격이 시장의 기준가격이 된다.
그러나 더이상 가격을 억누를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국제 LPG 가격(Contract Price)이 매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LPG 기업들은 중동 지역에서 우리나라까지 LPG가 운송되는 시간을 고려해 전월 CP에 환율, 세금, 유통비용 등을 반영해 국내 공급가격을 결정한다. 업계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로부터 통보받은 10월 프로판 가격은 각각 톤(t)당 800달러로, 전월(665달러) 대비 135달러(20.3%) 급등했다. 부탄 가격 역시 같은 기간 655달러에서 795달러로 130달러(19.5%) 올랐다. 모두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올 들어 CP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월까지만 해도 프로판과 부탄 가격은 각각 t당 550달러, 530달러였지만 7월 들어 620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9월까지 3개월간 600달러선을 유지하다 단번에 800달러선(프로판 기준)을 넘었다. 반면 SK가스와 E1은 지난 7~10월 4개월간 국내 LPG 공급 가격을 kg당 약 180원 인상하는 데 그쳤다. 해당 기간 국제 프로판과 부탄 가격이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인상폭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과 유통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SK가스와 E1은 LPG를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할수록 같은 양을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 환율은 지난해 말 1100원 아래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최근 다시 12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LPG 업계 관계자는 "환율도 문제지만 급등하는 국제유가도 위협적"이라며 "LPG 수입의 경우 전용 가스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물류난 사태에서 벗어나 있지만, 유가가 오르면 배를 움직이는데 드는 해상운임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PG 업계는 10월 가격의 경우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해 동결을 결정했지만, 11월 가격은 인상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LPG 업계 관계자는 "CP부터 환율, 국제유가까지 모든 비용이 오르고 있는 것은 물론 내려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10월 가격은 동결했지만 여전히 국내 공급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비용 상승분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LPG 가격 인상을 탐탁치 않아한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하면서 정부는 물가 상승을 우려하며 LPG 공급가격 인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가스공사의 11월 가스요금 동결을 선언한 데 이어 치솟는 휘발유 가격을 잡기 위해 다음달부터 유류세까지 인하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국전력(015760)의 적자 확대 등으로 4분기 전기요금을 8년 만에 인상한 상황이라 LPG 가격까지 오르면 정부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다만 LPG는 민간 기업이 공급하는만큼 가격 역시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LPG 업계 역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더이상 정부 눈치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SK가스의 3분기 매출액은 1조424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9% 늘겠지만 영업이익은 20%감소한 401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PG 가격 상승분을 판매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LPG 업계 관계자는 "LPG는 '서민 연료'라는 인식이 강해 국제 가격 인상분을 온전히 국내 공급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그렇다고 손해를 키울 수도 없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