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006260)그룹의 산업기계 및 첨단부품 계열사인 LS엠트론이 4년 만에 적자 탈출을 앞두고 있다. LS엠트론은 올해 말 LS그룹 총수직을 이어받는 구자은 회장이 이끄는 곳으로, 수년째 이어진 적자는 그의 경영 능력에 물음표를 던지는 주요 근거로 작용해왔다. 승계를 앞둔 시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만큼 그룹 총수로서의 자격 논란 부담을 다소 덜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S엠트론은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IBK증권은 LS엠트론이 4분기에 100억원가량 영업손실을 보겠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약 1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10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LS엠트론은 2017년 175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들더니 2018년 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후 2019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805억원, 77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LS엠트론의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주요 원인은 북미 시장 내 소형 트렉터의 판매 호조 덕분이다. LS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 내 '하비 파머(Hobby Farmer·취미 목적의 농부)'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은 국토가 넓다보니 정원을 가꿀 때도 소형 트렉터를 사용하고, 이 때문에 LS엠트론의 소형 트렉터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LS엠트론의 흑자 전환에 재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차기 LS그룹 총수인 구자은 회장이 이끄는 곳이기 때문이다. 구자은 회장은 구자열 ㈜LS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LS전선과 LS니꼬동제련 등 그룹 핵심 계열사를 거쳐 지난 2014년 LS엠트론으로 왔다. 공교롭게도 LS엠트론은 구자은 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적자에 접어들었다. 그룹 총수에 오르기 전 본인이 맡고 있는 회사의 실적 부진을 먼저 만회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 이유다.
특히 지난 2017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박·박막사업부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한 것은 구자은 회장의 대표적인 패착으로 거론된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은 세계 시장 규모가 2018년 1조5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5년 14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S엠트론은 이를 3000억원에 매각했는데, KKR은 이후 인수가격의 4배인 1조2000억원에 SKC(011790)에 넘겼다. 지난달 SKC는 동박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LS관계자는 "자동차부품(오토모티브) 사업을 팔기 위해 동박과 묶어서 총 1조500억원에 팔았다"라고 말했다.
재계는 증권가의 예상대로 올해 LS엠트론이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면 구자은 회장의 경영 능력 입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S그룹 관계자는 "LS엠트론은 상반기에 매출액 5262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며 "2분기만 봤을 때는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6%, 296%씩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구자은 회장은 승계 작업의 연착륙을 위해 2019년부터 지주사 내 미래혁신단을 맡아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 과제를 촉진하는 등 LS그룹 미래 변화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현재 LS그룹은 각 계열사의 임원 평가와 이동 수요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이 끝나면 이르면 다음달 중, 늦어도 12월까지 구자은 회장의 그룹 총수직 승계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