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이미 나온 노래를 다시 부르는 ‘리믹스(Remix)’ 버전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아티스트의 피처링 참여 등으로 빌보드 순위 상승 동력을 더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BTS와 밴드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노래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를 BTS 멤버 슈가가 리믹스한 버전이 최근 공개됐다. 슈가의 리믹스 버전을 포함하면 이 곡은 어쿠스틱 버전, 슈퍼노바7(Supernova 7) 믹스 등 총 네 가지 버전이 있다. 지난달 24일 발매해 약 한 달 만에 원곡 외에 네 개의 리믹스를 추가로 공개한 것이다. 이번 리믹스 버전은 두 팀이 최근 뉴욕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으며 했던 대화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BTS와 콜드플레이가 지난달 공식 SNS 계정에 게시한 기념촬영 사진. BTS 일곱 멤버와 크리스 마틴(보컬), 조니 버클랜드(기타), 가이 베리먼(베이스), 윌 챔피언(드럼) 등 콜드플레이 네 멤버는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친근하게 포즈를 취했다. /트위터 캡쳐

‘마이 유니버스’는 현재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 주요 차트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최신 차트(10월 23일 기준)에 따르면, 이 곡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8위에 올랐다. 빌보드는 핫100은 그 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을 보여주는 지표다. 마이 유니버스는 BTS와 콜드플레이가 협업한 곡으로, 보컬 크리스 마틴이 지난 4월 작업을 위해 내한해 화제를 모았다.

업계에서는 신곡을 낸 뒤 인기가 조금 시들어지려 할 때 다시 화제성을 모으기 위해 리믹스 버전을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빌보드는 리믹스 버전의 성적도 원곡과 같은 비율로 점수에 합산한다. 빌보드는 매주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싱글 음반 및 음원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을 집계해 순위를 매긴다. 신곡을 낸 뒤 화력이 떨어질 때마다 다른 리믹스 버전을 내놓아 점수를 추가하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팝 시장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BTS가 올해 발매한 또 다른 노래 ‘버터(Butter)’는 Hotter(하터), Sweeter(스위터), Cooler(쿨러), 메건 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 피처링 등 다섯 가지 버전이 있다. 이 노래는 발매 직후 차트 1위로 직행한 후 약 2개월 동안 핫 100 차트 정상을 차지하다가 순위가 다소 하락했다.

이후 미국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이 피처링에 참여한 리믹스 버전 발매에 힘입어 지난달 7일 다시 한번 1위를 꿰찼다. 이에 빌보드는 버터 리믹스 버전 발매가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라디오 에어플레이 방송 횟수는 1220만건으로 직전 주 대비 39% 하락세를 보였지만, 미국 내 스트리밍 횟수가 1070만건으로 무려 110% 상승했고 다운로드 횟수 역시 14만3000건으로 108%의 상승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곧 차트 순위 재상승으로 이어졌다.

9월 둘째주 빌보트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BTS의 버터(Butter). 이 곡은 전주엔 7위를 기록했었다. /인스타그램 캡처

빌보드 순위가 오르면, 그만큼 아티스트의 영향력이 커져 엔터사의 매출로 이어진다. BTS뿐만 아니라 글로벌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들 역시 리믹스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 소속 그룹 트와이스가 지난 1일 발표한 노래 ‘The Feels(더 필즈)’는 지난 12일 빌보드 핫 100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이 곡의 리믹스 버전도 YVES V, The Stereotypes 등 다섯 개에 달한다.

기존 곡에 다른 유명 가수의 피처링을 받는 리믹스 전략의 경우 ‘윈윈(win-win)’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오프닝 타이틀을 부른 가수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역시 팝 스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피처링이 담긴 리믹스로 빌보드 1위에 올랐다. 그녀의 히트곡 ‘Bad Guy(배드 가이)’는 9주 동안 빌보드 2위에 머물고 있었으나 비버가 참여한 리믹스가 발표되고 곧 1위에 올랐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최근 음악시장이 디지털 스트리밍 위주로 개편되면서 차트 성적을 위해 유명 가수들과 리믹스를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면서 “빌보드 순위가 오르면 아티스트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팬이 늘어나면서 음반 판매량이 오르는 등 선순환이 이뤄져 결과적으론 회사의 매출 증가까지 이어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