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산 분야 전문 종합 무역 전시회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가 19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막을 올렸다. 격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8개국에서 440개 업체가 참여하는데, 실내관 규모도 2019년 대비 5% 확대됐다. 한화(000880)그룹,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LIG넥스원(079550) 등 국내 주요 기업과 보잉,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업체들이 총출동했다.
◇ ‘메타버스’ 접목해 군사 훈련을 VR 게임처럼
그동안 ADEX는 민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무기 전시회’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이날 찾은 현장에선 기존 주력 상품과 더불어 각 업체의 미래사업이 돋보였다. 대표적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큰 부스를 운영하는 KAI는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기술 등 첨단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훈련체계를 선보였다. VR(가상현실) 고글과 장갑을 착용해 FA-50 편대비행, 교전 등 비행조종과 가상공간에서 KF-21, 무인기, 소형무장헬기(LAH) 등의 교육훈련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가상공간 훈련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합동 훈련과 개인 학습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3D로 구현된 고해상도 이미지와 훈련 커리큘럼을 통해 실제 훈련받는 것과 같은 높은 몰입도를 제공한다. 최근 방위산업으로 손을 뻗는 한글과컴퓨터(030520)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메타버스 전문 기업인 한컴프론티스의 육군 가상훈련 시뮬레이션, 공군 전투기 비행 시뮬레이션, 장갑차 정비 시뮬레이터 등을 소개했다.
이번 ADEX에선 우주와 모빌리티 분야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민수용 장비도 볼거리다. LIG넥스원은 한국형 GPS(인공위성위치정보)라고 불리는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을 소개했다. KPS는 2022년부터 2035년까지 총 3조7234억원을 들여 위성 8기를 띄우는 사업으로, UAM·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한다. LIG넥스원은 이를 위해 위성통신단말, 적외선센서(IR) 등 KPS 기반이 될 핵심 구성품을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하고 있다.
㈜한화, 한화시스템(272210), 한화디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등 4개 방산계열사가 참가한 한화는 우주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 부스 초입에서는 내년 발사되는 달 탐사 궤도선에 적용될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와 ‘위성추진계’를 볼 수 있다. 다양한 위성도 전시된다. 우주 인터넷 등 다양한 위성통신서비스 구현이 가능한 ‘저궤도 통신위성 플랫폼’과 ‘초소형 SAR위성’, 그리고 올 초 지분 30%를 인수한 쎄트렉아이(099320)의 ‘광학위성’ 등이다. 오는 21일 발사되는 누리호의 심장 격인 75톤(t) 액체로켓 엔진 실물도 볼 수 있다.
◇ LIG넥스원·한화시스템·KAI… 불붙은 UAM 경쟁
UAM(도심항공모빌리티)·수소드론 등 첨단 모빌리티 분야에선 각축전이 벌어졌다. LIG넥스원은 2025년까지 200㎏ 수준의 고중량 화물 운송을 목표로 개발 중인 수소연료전지 기반 화물용 드론 모형을 전시했다. LIG넥스원은 향후 미래 UAM 분야까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측은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다수 참여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UAM은 물론 군용 수송드론으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AI는 이번 ADEX에서 2029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UAM 콘셉트를 처음 공개했다. 유인 수송용 UAM은 5인승 전기추진 수직이착륙기(eVTOL)로 최대속도 250㎞, 항속거리 100㎞이며, 도심간 30분 내외 이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인 화물용 UAM은 최대 600㎏ 화물 적재가 가능하며 국제규격 화물 팔레트를 적용해 화물 탑재와 하역에 최적화된 설계를 적용한다. 모두 파워트레인, 날개, 항공전자 등을 공용 플랫폼으로 표준화해 민‧군 등 다양한 수요에 대한 확장성을 높였는데, KAI는 2020년대 후반까지 독자모델 UAM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민수(民需·민간에서 필요한 것)용 UAM 기술을 활용한 ‘국방 틸트로터 수직이착륙기’도 눈길을 끌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의 오버에어(Overair)사와 함께 민수용 에어모빌리티 기체 ‘버터플라이(Butterfly)’를 2025년도 상용화 목표로 개발 중이다. ‘버터플라이’의 수직이착륙, 고기동 특성은 인원∙물자 수송, 감시∙정찰 등 국방 분야에서도 다방면으로 사용이 가능해 선행 개발을 준비 중이다.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은 기존에 보유한 방위산업(방산) 분야 첨단기술을 활용해 민수 시장에서 신성장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이 방산 기업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더라도, 결국 기존에 보유한 방산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 폭을 넓힐 수 있는 민수 기반 미래사업을 키우려는 것”이라며 “ADEX에서도 첨단 민수 기술을 선보이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첨단 기술 접목한 무기들 총출동… F-35A 일반에 첫 공개
전투기나 미사일 등 전통적인 무기에 첨단 기술을 적용한 사례도 눈에 띄었다. 한화디펜스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도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과 원격 조종을 통해 전장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무인차량’을 선보였다. LIG넥스원은 중거리·중고도 요격체계 ‘천궁 II’,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 ‘차량형 대드론 방호시스템’, ‘근력증강로봇’ 등 다양한 첨단 제품군을 전시했다.
야외 전시장에는 공군이 전력화한 미국산 F-35A 스텔스 전투기 1호기가 실물이 도입된 지 3년 7개월 만에 일반에 첫선을 보였다. 2018년 3월 1호기가 도입된 F-35A는 2019년 ADEX에선 목업(mock-up·모형)이 전시돼 일각에서는 북한의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F-35A는 항공기에 탑재된 모든 센서의 정보가 하나로 융합 처리돼 조종사에게 최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첨단 전투기로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 등을 갖췄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첨단 정찰·공격용 무인기인 ‘그레이 이글’로 불리는 MQ-1C도 야외에 전시됐다. 그레이 이글은 유사시 적 지휘부나 테러 세력 제거에 동원된다. 한미 특수부대가 활용하는 수송기로 알려진 MC-130K 기종을 비롯해 미국 해병대의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 등도 전시됐다. 지상장비에서는 중고도 탄도탄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2),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이날부터 22일까지는 관련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운영한다. 초등학생 이상 일반인은 사전 예매 후 23일 하루만 입장할 수 있다. 모든 방문객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후 14일이 지났거나, 최근 72시간 내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전시장에 입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