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가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한화(000880)의 지분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배하던 에이치솔루션을 최근 흡수합병하며 3세 승계의 열쇠로 떠오른 곳이다. 특히 차기 후계자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매입은 김 사장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화그룹의 3세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한화의 보통주 85만6699주를 매입했다. 시장 가격에 따라 사들인만큼 평균 매입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6영업일간 ㈜한화 평균 주가가 약 3만46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총 매입가는 297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번 매입에 따라 한화에너지의 보통주 기준 ㈜한화 지분율은 7.33%로, 김 회장(22.65%), 국민연금공단(7.67%)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한화솔루션

한화에너지는 이달 1일자로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하면서 한화그룹 승계의 가늠좌로 급부상했다. 2017년 한화S&C가 물적분할해 탄생한 에이치솔루션은 김 사장(50%)과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부사장(25%),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25%) 등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곳이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 등의 지분을 가지고 관리하는 한편, 한화그룹 핵심인 ㈜한화의 주요주주로서 자리해 왔다.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한 한화에너지 역시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3형제가 에이치솔루션에서 한화에너지로 경영권 승계 열차를 갈아탄 셈이다.

이번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매입은 3형제, 특히 김 사장의 ㈜한화 지배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사장이 한화그룹을 온전히 지배하기 위해선 ㈜한화의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 현재 김 사장의 ㈜한화 지분은 4.44%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을 50% 보유하고 있는만큼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늘리면 결국 김 사장의 ㈜한화 지배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직접 지분율을 높이려면 대규모 사재를 들여야 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현금흐름이 양호한 한화에너지를 활용하면 간접적이지만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3세 승계를 위해 ㈜한화와 한화에너지의 합병을 택할지 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먼저 합병 없이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합병을 하면 합병비율 등 논란이 있을 수 있어 합병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 지분만 충분하다면 (김동관 사장이) 지배력은 가져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에너지가 30% 지분만 확보해도 그룹 지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합병은 자본시장법상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공정성을 검증받는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상장사는 시장가치를, 비상장사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값을 합병가액으로 삼는다. 그러나 시장가치와 본질가치간 괴리가 생길 수 있어 종종 논란이 발생한다. 2015년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주주들이 반발해 주식매수청구권을 청구하는 등의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이번 한화에너지 지분 매입이 ㈜한화와의 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은 향후 합병했을 때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한화에너지가 현금 흐름이 양호하긴 하지만 지분율을 10%, 20% 등 계속 올리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나중에 양사간 합병을 염두에 두고 매입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