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LG화학(051910)과 함께 석유화학주를 대표했던 롯데케미칼(011170)이 한화솔루션(009830)에도 시가총액이 뒤처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한화솔루션 시총은 3년 반 전까지만 해도 롯데케미칼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롯데케미칼이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은 배터리, 태양광 등 신사업 투자를 통해 수익원 다변화에 성공했다. 롯데케미칼이 최근 수소 사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시장은 롯데케미칼만의 차별점과 수익창출능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롯데케미칼은 전일 대비 1500원(0.63%) 상승한 24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른 롯데케미칼의 시총은 8조2775억원이다. 1991년 상장한 롯데케미칼의 역대 최고가는 2018년 3월 2일 기록한 47만5000원으로, 당시 시총은 16조2637억원이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30만원 선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만 보면 지난 5월 11일 10조2998억원을 마지막으로 시가총액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는 5일에 8조719억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롯데케미칼과 함께 '빅2′로 꼽혔던 LG화학은 이제 롯데케미칼이 넘보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2018년 3월 2일까지만해도 LG화학의 시총은 27조722억원으로 같은 날 롯데케미칼과 차이가 10조8085억원이었다. 이후 롯데케미칼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과 달리 LG화학은 지난해 6월 30조원, 7월 40조원, 8월 50조원선을 하나씩 돌파했다. 올해 초엔 7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LG화학의 현재 시총은 57조386원으로 롯데케미칼의 7배에 달한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서 더욱 뼈아픈 것은 한화솔루션에도 시총 순위를 내줬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2018년 3월 2일 당시 시총이 5조3069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이후 한화솔루션 시총은 꾸준히 불어났고, 지난해 9월 2일 한화솔루션(6조3226억원)이 롯데케미칼(6조1867억원)을 제쳤다. 이때는 8영업일 이후 롯데케미칼이 다시 한화솔루션을 눌렀다. 최근 들어선 지난 9월 30일부터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13일 현재는 한화솔루션(8조5884원)이 롯데케미칼을 앞서고 있다.
롯데케미칼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석유화학 시황의 부진이 꼽힌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전반적으로 제일 안좋은 시기로 접어든 반면, 공급은 중국 전력난 등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이달부터 내년 1분기 사이 글로벌 신규 빅플랜트(대규모 공장) 6곳이 돌아갈 예정이라 공급과잉 압박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폴리에틸렌(PE), 에틸렌글리콜(MEG)은 당분간 공급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가 신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원 다변화에 나선 것과 달리 롯데케미칼의 사업 구조는 여전히 전통 석유화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낮은 주가 흐름의 원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비즈니스는 100% 가까이 석유화학인 반면, LG화학은 배터리·첨단소재, 제약 사업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고 한화솔루션 역시 태양광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라며 "LG화학 역시 롯데케미칼처럼 NCC(나프타분해설비) 사업을 하고 있지만, 롯데케미칼보다 수익성이 좋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롯데케미칼이 5000억~6000억원 영업이익을 올릴 때 LG화학은 석유화학에서만 1조원을 넘게 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도 수소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지만, 지금 계획만으론 시장 신뢰를 충분히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판단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월 2030년부터 연간 60만톤(t)의 수소를 생산해 매출 3조원을 올린다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생산 중인 부생수소를 활용해 2025년까지 연간 16만t의 수소를 생산하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도 2030년까지 44만t 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10년간 총 투자금액은 4조4000억원이다.
황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수소사업은 당장 수익으로 귀결되지 않는데다, 롯데케미칼의 현재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비용을 커버하는 수준이라 새로운 동력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시각"이라며 "기업 가치를 중화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방향을 역전시켜 성장하기엔 시장 신뢰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 역시 "롯데케미칼이 2030년 수소사업에서 3조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했는데, 현재 연간 매출이 10조원 중반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 비중이라 말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지 않는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