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285130)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들면서 주주 마음잡기에 나섰다. SK케미칼은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지분을 매각하라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받았고, 소액주주들은 전기·스팀 등 유틸리티 공급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에 반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신주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10월 22일, 상장 예정일은 11월 9일이다. SK케미칼이 무상증자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케미칼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발생하는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를 주주 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중간배당제 도입도 적극 검토한다는 중기 배당 정책도 내놨다.
무상증자는 기업이 주주에게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주는 것으로, 대표적 주가방어 수단 중 하나다. 기업의 자기자본은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나뉘는데, 잉여금으로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으로 옮기는 것이다. SK케미칼은 잉여금에 해당하는 주식 발행 초과금으로 무상증자를 실시한다. 주주 입장에선 돈을 들이지 않고 더 많은 주식을 가질 수 있다. 무상증자가 가능하다는 것은 회사 내부에 잉여금이 많다는 뜻이어서 시장은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인다.
SK케미칼이 무상증자까지 나선 이유는 최근 SK케미칼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싱가포르 헤지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는 SK케미칼이 보유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68.43% 중 18.3%를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SK케미칼이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일부 매각하고 매각 대감을 배당으로 나눠달라는 것이다.
SK케미칼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메트리카파트너스는 최근 SK케미칼 소액주주들에게 메일을 보내 보유 주식 수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SK케미칼을 압박하기 위해 이들과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메트리카파트너스의 SK케미칼 지분은 5% 미만이라 공시되지 않고 있다.
SK케미칼이 지난달 13일 유틸리티 공급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다는 소식은 소액주주의 분노를 키웠다. SK케미칼은 물적분할 후 추가 투자를 유치해 유틸리티 사업을 본격 키우겠다고 설명했지만, 주주들은 수익원이 간접 반영돼 결국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분할 공시 이튿날인 지난달 14일 SK케미칼 주가는 전일 대비 10.2% 급락했다. 소액주주들은 오는 25일 물적분할 안건을 의결하는 임시주총일에 반대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케미칼의 주주친화정책이 주주의 마음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어떤 방법을 써야하는지에 대해선 회사와 주주간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리고자 하는 방향성은 같다"며 "SK케미칼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주가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들이 SK케미칼에 분노했던 근본 원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메트리카파트너스와 소액주주들이 SK케미칼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배당 30%는 여전히 약하다. 연기금도 함께 힘을 보태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투자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계속 듣고 있으며,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