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좁아진 사람들의 생활 반경에 맞춘 '하이퍼로컬(hyperlocal·지역 밀착)'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원격근무가 늘고, 장거리 외출이 줄면서 일명 '슬세권(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이르는 신조어)'을 선점하기 위해 스타트업부터 대형 플랫폼과 대기업까지 하이퍼로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커버 스토리에서 하이퍼로컬 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내외 기업을 분석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담았다. [편집자 주]
당근마켓은 한국을 대표하는 하이퍼 로컬(hyperlocal·지역 밀착) 비즈니스 기업이다. 2015년 7월 '판교 장터'로 출발한 이 서비스는 불과 6년 만에 많은 국민이 애용하는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6년 8월 2만4000명이던 당근마켓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올해 8월 1611만 명으로 671배 증가했다. 정창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당근마켓 창업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정 CTO는 네이버에서 지역 정보 관리 업무를 하면서 로컬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당시 네이버에서 함께 일한 동료가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다. 9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당근마켓 본사에서 만난 정 CTO는 로컬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따뜻한 신뢰이며, 당근마켓의 모든 기술이 그 온기를 향한다고 했다.
하이퍼 로컬 비즈니스의 대표주자가 됐다.
"처음부터 철저히 지역 생활 커뮤니티를 지향했다. 당근마켓은 사용자가 많을수록 동네 범위를 좁힌다. 진짜로 '동네'에서만 교류하라는 의미다. 서비스 이용도 현재 위치 기반이 아닌, 사용자가 실제 사는 동네에서 체크인해야 한다."
신뢰를 위해서인가.
"그렇다. 내가 사는 동네는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교류하는 공동체여야 하지 않나. 플랫폼을 처음 구축하고 여러 서비스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동안 늘 고민한 것도 이 부분이다. 어떻게 하면 기술로 지역 공동체의 신뢰가 유지되게끔 할 수 있을까."
시장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어야 할 텐데.
"네이버에 있을 때부터 로컬 기반 서비스의 가능성을 봤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가장 유명한 게 뜬다. 검색 결과 첫 줄에 나오는 내용이 모든 트래픽을 장악한다. 동네는 다르다. 지역 업체는 철저히 롱테일이다. 상단 노출보다 이웃의 리뷰에 반응한다. 승자 독식의 법칙이 안 통한다. 의외로 시장이 넓고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플랫폼 구동에 핵심이 되는 기술이 있나.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 필터링 시스템이 의약품·술 등 거래 금지 품목을 빠르게 찾아낸다."
인간의 개입은 전혀 없나.
"없을 수는 없다. 알고리즘 짜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주체가 결국 인간 아닌가. CTO로서 우수한 개발자 채용을 언제나 일 순위에 두는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데, 불법 거래를 AI가 찾아내기도 하지만 사용자의 수동 신고 덕에 발견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감히 우리 동네에서 이런 거래를?' 하는 심리가 사용자의 자발적인 감시를 끌어내는 것이다."
신뢰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이기도 하겠다.
"맞다. 화려한 기술이 꼭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건 아니다. 당근마켓은 따뜻함을 지향한다. 우리가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응원하는 개발자의 노력과 동네 생활을 사랑하는 사용자의 열정 덕분이다."
최근 만족할 만한 수치적 성과가 있다면.
"올해 3월 동네 상점과 주민을 연결하는 '비즈 프로필'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4개월 만에 27만 명의 자영업자가 이용하는 채널로 급성장했다. 소상공인도 이웃이다. 우리 주변에는 멋진 가게가 많다. 이들의 정보를 이웃에게 연결해주면 지역 공동체가 더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관련기사>
[동네의 재발견] ①팬데믹 이후 좁아진 생활 반경에 지역 플랫폼 뜬다
[동네의 재발견] ②<Infographic> 하이퍼 로컬 경제
[동네의 재발견] ③국내 동네 기반 플랫폼 경쟁 가열
[동네의 재발견] ④<Interview> 정창훈 당근마켓 CTO
[동네의 재발견] ⑤<Interview> 라스트오더 운영하는 오경석 미로 CEO
[동네의 재발견] ⑥<Interview> 전 세계 500만 명 사로잡은 하이퍼 로컬 앱 올리오 CEO 테사 클라크
[동네의 재발견] ⑦<전문가 기고>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