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2020 두바이 엑스포’가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82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한국관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KOTRA) 주최로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들어갔다. ‘2020 두바이 엑스포’는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돼 올해 개막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두바이는 사상 최대 규모인 438만㎡ 행사장을 조성했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1.5배에 달한다.

10월에도 한낮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한국은 에어컨이 없이 자연풍으로 냉방을 하는 전시관을 지었다. 한쪽 벽 전체가 없는 뻥 뚫린 형태라 관람객들이 지나가며 전시관 내부를 볼 수 있다. 191개국 중 에어컨이 없는 유일무이 개방형 전시관이다. 파격을 넘어 도발에 가까운 시도다. 전기요금 걱정이 없는 중동의 석유 부호국인 UAE에서 개방형 전시관을 지은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건축물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코트라 관계자는 “UAE도 석유산업이 영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밖에서 바라본 전시관은 공연장을 연상케 한다. 무대 형태의 넓은 공간을 지나면 계단형 객석이 있다. 입구부터 다양한 전시물을 전시한 다른 국가관과 차별된다. 전시관을 설계한 문훈 무유기 건축사무소 소장은 이 무대를 ‘마당’이라고 소개했다. 처음 설계를 할 때 이 마당에서 잔치를 열 생각이었다고 한다.

2020 두바이 엑스포에 건립된 한국관 외관. 외부 스핀큐브를 이용해 스마트 코리아(SMART KOREA)라는 문자를 구현했다./코트라 제공

두바이 엑스포는 엑스포 역사상 처음으로 참가국 모두 개별 전시관을 꾸렸다. 각국이 두바이 정부로부터 받은 땅 위에 직접 전시관을 짓는 형식이라 이번 두바이 엑스포는 건축대전을 방불케 한다. 두바이엑스포의 주제는 ‘마음의 연결, 미래의 창조(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지만, 참가국 모두 각자 다른 주제를 들고 왔다. 191개국이 서로 다른 주제를 선보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191개의 건축물이 엑스포에 들어선 것이다.

한국관은 외벽을 1597개의 스핀큐브로 채워 눈길을 끌었다.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과 대규모 공연장에서 이뤄지는 ‘떼창’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인의 역동성과 흥을 건축으로 구현했다. 각 스핀큐브마다 한 면에 LED 조명이 달려있어 야간에는 조명쇼를 감상할 수 있다. 스핀큐브로 문자를 구현할 수도 있다. 이 큐브는 회전하며 전시장 내외부 공기를 순환하는 역할도 한다. 한국관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전시관이 다소 덥지만, 이런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설계를 두고 처음에는 “실수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고 한다. 전면을 개방했고 건물 외벽에 통풍을 위한 공간이 숭숭 뚫려 있어 “비가 오면 어떻게 하냐”, “먼지가 들어오지 않느냐” 등의 문제 지적이 있었다고 문훈 소장은 설명했다. 그는 “이 건물은 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서로 바라볼 수 있고 관찰할 수 있고 관망할 수 있어 투명한 건물”이라며 “이런 지적들은 이 건축물이 갖는 이런 역동성 때문에 모두 조용해진 것 같다”고 했다.

2020두바이엑스포 한국관 외벽의 스핀큐브 모습. 이 스핀큐브는 회전하며 전시관 내외부 공기를 순환하는 역할도 한다./사진=송기영 기자

마당이라 불리는 공간에서는 한국의 흥과 멋, 풍류를 표현한 퍼포먼스가 매일 10회 열린다. K팝, 비보잉 등이 결합한 공연이 펼쳐져 참관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한 관람객은 “내부가 보이는 전시관이라 특이했고 케이팝을 좋아해서 한국관에 꼭 오고 싶었다”며 “조금 덥지만 모든 전시가 흥미로웠고 즐거웠다”고 했다. 이 관람객은 한국관 내 코레일유통이 운영하는 기념품 팝업스토어에서 아이돌그룹 BTS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와 한국 전통그림이 그려진 합죽선(부채의 일종)을 구매했다. 코레일유통의 팝업스토어는 모두 한국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동 판로 개척을 위해 우수한 상품들을 가져왔다”며 “두바이도 케이팝이 인기라 BTS 마스크가 많이 팔렸다”고 했다.

전시관에는 이날치 밴드의 노래 ‘범 내려온다’가 흘러나왔고, 한국관광공사 부스에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계속 상영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이날치의 노래 ‘범 내려온다’를 바탕으로 우리 판소리와 힙합을 연계한 홍보 영상 ‘한국의 리듬을 느껴라(Feel the Rhythm of Korea)’를 제작했다. 이 영상은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으며 6억 뷰라는 기록들 달성했다. 외국 관람객들은 범 내려온다 노래가 흘러나오면 “이 노래를 안다. 유튜브에서 봤다”며 관심을 보였다. 한 관람객은 “이날치를 직접 보고 싶었다. 이날치가 오냐”고 묻기도 했다.

1일(현지시간) 두바이2020에스포 내 한국관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송기영 기자

3개 층에 걸쳐 구현한 전시는 관람객들이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AR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한국관을 찾은 관람객은 입장하면서 받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전시장 곳곳을 둘러봤다. 외벽에 다리 형태의 구조물이 여려개 있어 관람 중 외부에서 엑스포 전시장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 ‘버티칼 시네마’로 불리는 영상관에서는 거대한 세로 스크린을 통해 현대적인 한국의 모습과 문화를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