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유가 하락과 관광객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었던 아랍에미리트(UAE)가 '2020 두바이 엑스포'를 계기로 경기 회복 흐름을 타고 있다. 두바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에 자신감을 갖고 1년을 미뤘던 엑스포를 지난 1일(현지 시간) 개막했다.

국제 유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UAE 경기도 빠르게 원상복구되고 있다. 지난해 바닥을 쳤던 건설·부동산 경기도 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두바이엑스포는 UAE 경제 회복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두바이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가 가져다줄 경제 투자 효과를 335억달러(약 40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전시장 건립, 호텔과 관광 인프라 확충 등 엑스포 개최에 따른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도 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맞춰 UAE 정부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롤 발표하고 경제 성장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한 UAE... 올해 9%P 반등 전망

UAE는 높은 백신 접종률 덕분에 비즈니스 활동이 재개되고 관광객들도 전년 대비 증가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진 못했지만, 엑스포가 열리는 두바이의 경우 시민들은 비교적 일상 생활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지난 달 23일 기준 UAE의 1차 이상 접종률은 92.59%로 전 세계 1위다. 외국인 임시 거주자까지 포함할 경우 백신 접종률은 120%까지 올라간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덮쳤을 때 UAE 정부는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800달러(한화 약 96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지난달 30일 두바이몰 등 두바이의 주요 상업시설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높이 828m, 163층으로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인 부르즈 할리파에도 전망대에 오르려는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았다. 대체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지만, 관광객이 마스크를 내리거나 코를 내놓고 입만 가리고 있어도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식당은 10명까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현지의 한 교민은 "마스크만 썼지 코로나19가 없던 때랑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두바이 최고 관광지 중 하나인 세계 최고층 건축물 부르즈 할리파에서 관광객들이 전망대에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송기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UAE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5.9% 역성장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두바이 쇼크' 때도 GDP 성장률은 -4.8%였다. 코로나19 사태가 국가 부도 위기보다 파괴력이 컸던 셈이다.

올해 UAE의 GDP 성장률은 3.1%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비 9.0%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1년만에 역대 최고 수준의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있다.

UAE의 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것은 역시 국제 원유 가격이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4월22일 배럴당 13.52달러까지 빠졌었다. 이에 따라 UAE의 석유 부분 GDP 성장률은 -6.2%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늘면서 유가도 급등했다. 두바이유는 지난 1일 배럴당 75.92달러까지 회복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두바이유 평균가는 배럴당 63.2달러였다.

하반기에는 두바이 엑스포 개막 특수로 관광, 숙박, 항공 등 서비스 부문 실적개선이 경기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두바이 중심지의 주요 호텔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두바이는 엑스포 기간 중 경제, 문화,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각 회담에는 분야별 글로벌 전문가들도 참여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처음 열리는 대규모 경제·문화 행사이기 때문에 이번 엑스포가 세계 주요국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논의할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살아나는 건설·부동산 경기... 떠났던 세계 부호들 돌아와

두바이 경기를 떠받드는 산업의 한 축은 건설·부동산이다. 두바이는 일찍이 석유산업보다는 호텔 및 관광산업으로 국부를 창출하고 있었다. 당연히 관광지 개발을 위한 대규모 토목 사업 발주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들이 일부 중단되거나 잠정 보류됐으나 올해부터는 다시 두바이 곳곳에서 랜드마크급 빌딩의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 인구는 310만명에 달하지만, 이중 90%가 외국인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외국인 거주자의 상당수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일반 외국인 근로자는 물론 현지에서 비지니스를 하던 큰손들도 두바이를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 올들어 외국인들이 다시 두바이로 몰려들고 있다.

두바이 토지부(DLD)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외국인이 두바이에서 사들인 부동산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37% 급증했다. 특히 고급 빌라촌인 두바이힐즈그로브에서 124% 증가했다. 지난해 고가 주택 거래는 연간 54건에 그쳤다. 두바이가 세계 최고 방역국가로 떠오르면서 세계 부호들이 두바이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다.

세계 부호들이 두바이로 몰리면서 관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도 활기를 띄고 있다. 두바이 부동산 개발사(Nakheel)는 두바이 제벨 알리 지역에 새로운 고급 빌라단지(418개) 조성사업을 추진했는데, 지난 5월 20일 사업 계획 발표 이후 4시간 만에 선(先)분양 물량인 217개의 빌라가 모두 팔렸다. 금액으로는 2억달러(약 2400억원)에 달한다.

벨바젬(Belbazem) 해상 유전개발(7억4000만달러), 아부다비 최대 국영 석유회사의 가스 파이브 설치 공사(15억달러), 알다비야(Al Dabbiya) 육상 플랜트(2조2000억달러) 등 대규모 플랜트 발주도 이어지고 있다.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자 UAE는 지난 달 새로운 성장 국면을 도모하기 위해 '다음 50년을 위한 프로젝트(Projects of 50)'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프로젝트는 비자 및 취업 허가 개편을 통한 우수 인재 확보, 해외 투자 유치, 산업 허브로의 도약, 민간 분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첨단 기술 지원과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선도적 기업 양성 등이 포함됐다.

UAE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250억 디르함(한화 약 7조 9735억 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산업생산량을 30%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과 경제 다각화에 총 50억 디르함(한화 약 1조5944억 원)을 투자하고, 4차 산업혁명 네트워크를 구성해 첨단 기술을 갖춘 기업 500개를 설립 및 양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