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연가스와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를 수입하는 업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국내 종합상사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과거 해외 자원 개발에 꾸준히 나섰는데, 최근 전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일명 '그린플레이션(그린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까지 나타나고 있어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1월물 천연가스는 28일 기준 1mmBtu(열량 단위)당 5.84달러로 연초에 비해 두 배 넘게 뛰었다. 2014년 2월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에 에너지 수요는 늘었으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 영향이 크다. 국제 유가 역시 치솟고 있다. 11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같은날 75.29달러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앞두고 있다.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종합상사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은 수급 불균형과 같은 단기적 요인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지만, 각 국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천연가스 사용을 늘리고 있어 원자재 가격이 중장기적으로도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를수록 세계 각지에서 자원 개발 사업을 하는 국내 종합상사의 실적은 좋아진다. 2013년부터 미얀마 가스전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한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일평균 약 5억ft³(입방피트)의 가스를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의 23%에 달하는 681억원이 미얀마 가스전에서 발생할 정도로 수익 비중도 크다.

과거 베트남, 카타르, 오만 등의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했던 현대코퍼레이션(011760) 역시 천연가스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배당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매년 카타르 라스라판 LNG 사업 등에서 연간 100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LNG 가격 하락 여파로 배당금이 52억1900만원에 그쳤으나, 올해는 LNG 가격이 반등하면서 배당금이 늘어날 것이란 게 사측의 설명이다.

원유 시추 현장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LX인터내셔널(001120)은 석탄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8월 유연탄 가격은 ㎏당 158.93원이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43% 증가한 수준이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에서 석탄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세계 경제가 회복에 들어간 작년 말부터 시작됐다"며 "자원 개발 사업의 수익 증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2분기 LX인터내셔널의 에너지·팜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27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흑자전환했다.

증권가는 올해 종합상사들의 연간 실적이 작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올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작년 대비 23.5% 오른 58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현대코퍼레이션은 5.62% 오른 351억원, LX인터내셔널은 200% 오른 4799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올해는 물동량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원자재 가격이 외부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올해와 같은 호조세가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