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CD 산업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한국 K팝 CD 판매량이 5000만장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오프라인 공연 등이 취소되면서 팬들의 억눌렸던 ‘덕질(팬 활동)’이 굿즈 등이 포함돼 소장할 수 있는 음반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17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CD 판매량은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판매된 한국 CD는 약 2970만장이다.
올 상반기에 가장 많이 CD를 판 아티스트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소속 보이그룹 NCT드림으로, 324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같은 소속사의 보이그룹 엑소는 일부 멤버가 입대한 상황에서도 220만장을, 하이브(352820) 레이블즈인 플레디스 소속 보이그룹 세븐틴은 147만장을 팔았다. 방탄소년단(BTS)은 새로운 앨범을 내지 않았지만 237만장을 판매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K팝 CD 판매량이 5000만장에 도달할 것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 소속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는 지난달 31일 기준 정규 2집 누적 출고량 110만장을 돌파하며 JYP엔터 사상 처음으로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이달 공개된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소속 걸그룹 블랙핑크 리사의 첫 솔로 앨범은 80만장, SM엔터의 NCT127은 자체 최다 기록인 212만장의 선주문량을 기록했다.
한국 CD 판매량은 10여년 만에 9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1년 680만장, 2016년 1080만장을 거쳐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4170만장으로 뛰었다. 반면 전 세계 1위 음악 시장인 미국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미국은 2011년 2억2480만장을 기록한 후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2015년 1억2290만장, 지난해 3000만장 초반까지 감소했다.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미국 음악시장에서 K팝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미국 음반 조사업체 MRC에 따르면 BTS는 올 상반기(1월 1일~7월 1일) 미국에서 CD를 가장 많이 판 아티스트로 나타났다. BTS는 이 기간에 57만3000장의 CD를 팔며 1위에 올랐고, 2위는 테일러 스위프트로 41만4000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BTS 외에 NCT도 CD와 바이닐(LP), 카세트테이프 등을 합친 실물 앨범 판매량 8위(10만6000장)를 기록했다.
최근 CD 판매량이 급증한 배경으론 팬덤 소비가 음반 등 굿즈(기획상품) 소비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K팝을 비롯한 한류 팬 수가 사상 최초로 1억명을 넘기면서 이들의 구매력이 매우 커졌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팬들이 공연이나 팬 미팅 등 오프라인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일종의 ‘보복 소비’로 음반 구매가 이어지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며 “이는 영미권을 포함한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K팝 팬들이 CD를 사는 이유는 단순히 CD를 통해 노래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K팝 팬덤은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차트 순위를 중요시하는데, 각종 음반 차트들이 CD를 비롯한 실물앨범 판매량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최근 K팝 아티스트가 자주 이름을 올리는 미국 빌보드 차트도 순위를 정할 때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스트리밍 횟수와 더불어 CD 등 실물앨범 판매량을 중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