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와 국토교통부의 AOC(항공운항증명) 발급 등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 초부터 상업 비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작년 3월부터 운항을 멈춘 이스타항공이 2년 만에 다시 이륙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오는 17일까지 확정된 채권액과 이에 대한 변제 계획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예정대로 제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앞서 7월 말로 예정됐던 회생계획안 제출을 2개월 연기한 바 있는데, 채권 확정을 위한 서버 복구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내부 서버를 복구해야 채권액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서버 복구 작업을 마무리하고 채권액을 산정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항공기들이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이다. /연합뉴스

이스타항공이 17일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 법원은 이를 검토한 뒤 한 달 이내에 ‘관계인 집회’ 날짜를 지정한다. 관계인 집회는 채권자 등이 법원에 모여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다.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자 3분의 2 이상이 변제율에 동의하면 회생계획안이 인가된다.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청산 절차를 밟는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관계인 집회 전까지 채권자들을 대상으로 변제율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이 우선적으로 갚아야 할 공익채권 규모는 전·현직 직원들의 체불급여, 퇴직금 등 약 700억원 수준이다. 공항사용료, 항공유류비 등 법원에 신고된 회생채권까지 합치면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선 이미 이스타항공의 청산 가치가 없기 때문에 변제율 협의 말고는 선택권이 없다”라며 “이스타항공이 거래처 유지 등을 조건으로 채권단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대로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확정한다. 매각 절차가 종료되는 셈이다. 성정이 관계인 집회 5일 전까지 입금한 인수 대금 약 1000억원은 채권 변제에 사용된다. 현재 성정은 ‘인수 후 통합’(PMI·Post Merger Integration) 과정을 위해 이스타항공에 인수기획단을 파견한 상태다. 신규 경영진 선임, 사명 변경 등의 실무적인 통합 과정은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형남순(오른쪽) 성정 회장과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이 지난 6월 24일 오후 이스타항공과 성정의 인수합병 투자계약 체결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타항공은 성정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우선 국토부로부터 상업 운항을 위한 AOC를 재발급받아야 한다. AOC는 항공사가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 등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안전 면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3월 모든 노선 운항이 중단돼 AOC 효력을 상실한 상태다. 통상 AOC 취득 절차는 예비 심사와 현장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우선 항공기, 시설, 장비 관련 계약 서류와 운항승무원 훈련 운영 계획, 운항 교범 및 비상 탈출 시현 계획 등을 평가한다. 이후 항공기 운항, 운항 통제, 정비 장비 등에 대한 현장 검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AOC 발급이 이뤄진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말쯤 AOC 재발급을 신청해 연말쯤 취득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회생절차 기업에 대한 대출인 ‘DIP 금융’으로 약 100억원을 조달받아 AOC 재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인가 결과가 나온 뒤 AOC 재취득에 나설 수도 있지만, 빠른 정상화를 위해 AOC 취득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도 AOC 재취득 전례가 국내에 없는 만큼 담당 실무자를 배치해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AOC 취득에 성공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상업 운항을 시작할 수 있다. AOC 재취득 후엔 현재 보유 중인 보잉 737-800 여객기 2대로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여객기를 늘려 최대 6대를 항로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쇄 추락사고로 국내에선 아직 운항이 금지된 보잉 737 맥스8 기종 2대는 반납하고 새 기종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

정상화까진 변수도 많이 남아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업황이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여객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가 리스 과정에서 리스사들이 항공사에 보증 예치금을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는 부분도 부담이다. 과거에는 은행에서 받은 보증서를 제출하면 됐지만, 지금은 항공기 1대 예치금의 50%가량인 10억~20억원을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신생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까지 등장하면서 경쟁사도 늘어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지금은 회생계획안 제출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라며 “전 직원들이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상업 운항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