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하원이 올해 폐로 예정이던 원자력 발전소 2기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약 7억달러(한화 82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을 청정에너지원으로 규정하고 폐로 예정이었던 원전까지 수명 연장에 나선 것이다. 탄소중립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한국 정부와는 대조적이다.
14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하원은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청정에너지법안을 통과시키면서 9월과 11월에 폐로 예정이었던 바이론(Byron) 원전과 드레스덴(Dresden) 원전을 계속 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안에는 두 원전의 계속 운전을 위해 향후 5년간 약 7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정에너지법안은 2050년까지 발전부문을 100%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청정에너지법안에 폐로 예정이던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안이 담겼다는 것은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일리노이주는 기존 원전을 예정대로 폐쇄할 경우 그 공백을 화석연료가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 수명 연장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원전의 수명을 얼마나 연장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모두 1970년대 상업 운전을 시작한 노후 원전이지만 바이론은 향후 20년, 드레스덴은 10년을 추가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일리노이주는 전망하고 있다. 일리노이주는 대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45년까지 지역 내 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키로 했다. 이 법안은 현재 상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이미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규정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추세에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앞서 지난 5월 버지니아주에 있는 서리(Surry) 원전 1·2호기의 수명을 60년에서 80년으로 20년 추가 연장했다. 이 밖에 추가로 원전 4기에 대한 수명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이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통해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자 국내 원전 업계에서도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2015년부터 탄소배출이 감소세에 접어들었음에도 원전을 통한 탄소중립을 추진한다”며 “운영·관리가 잘된 원전은 8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이 입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규정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