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운임 강세에 힘입어 중고선 가격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배를 빌리는데 드는 용선료는 1년여만에 20배 가까이 뛰었다. 중고선가와 용선료 모두 치솟으면서 배를 새로 만드는 신조선가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의 중고선가 지수가 167.7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86.8에서 93.2% 상승했다. 중고선가 지수는 2000년 1월 기준 선령 5년의 중고선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을수록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중고선 가운데 컨테이너선 가격의 상승폭이 컸다. 건조되고 5년이 지난 4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의 중고선가는 현재 6200만달러 수준이다. 1년전 1200만달러에서 5배 넘게 뛰었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선사들이 단기간에 선복을 늘리기 위해 중고선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0일 4568.16으로 18주 연속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배를 빌려 쓰는 용선료는 더 올랐다. 단기계약 기준 파나막스(4000TEU~5300TEU)급 컨테이너선 용선료는 지난해 6월 하루 약 6000달러에서 지난 6월 하루 10만달러를 넘어섰다. 지금은 하루 평균 11만달러 수준이다. 최근엔 2009년에 건조된 4250TEU급 컨테이너선을 하루에 20만달러씩 2달가량 용선 계약한 사례도 나왔다.
장기계약 기준으로 봐도 선령 5년의 6500TEU급 컨테이너선의 용선료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해 4배 넘게 올랐다. 특히 배를 빌려주는 선주사가 운임 강세를 더 오래 누리기 위해 장기계약을 선호하면서, 용선 계약기간도 지난해 평균 9개월에서 올해 23개월로 늘었다.
중고선가와 용선료가 오를수록 신조선가 상승세도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의 해운시장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대규모 발주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2022년까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 지수는 현재 147.6으로 1년새 20포인트가량 올랐다. 다만 중고선가나 용선료 오름폭에는 못 미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 입장에선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두께 6㎜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이 올해 70% 넘게 오른 점 등을 고려할 때 선가가 더 올라줘야 한다.
조선업계는 컨테이너선을 넘어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과 코로나19 이후 주춤한 원유운반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발주가 늘어야 신조선가 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선가는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늘면서 많이 올랐다"며 "벌크선(건화물선)·탱크선 발주가 따라줘야 선가가 더 오를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