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수소를 주목하고 있다. 수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저장·수송도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 창립총회와 함께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를 전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소 신기술들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의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시제품. /현대차 제공

현대차(005380)그룹은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7일 현대차그룹의 수소 관련 첫 행사인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에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서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다. 이를 위해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가진 부피·출력·가격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그 실마리로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2023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100㎾급 시제품은 수소차 넥쏘에 적용된 2세대 연료전지시스템보다 부피를 30% 줄였다. 트럭, 버스에 적용되는 상용차용인 200㎾급 시제품은 넥쏘와 부피는 비슷하지만 출력은 2배가량 늘었다. 특히 가격을 현재보다 50% 이상 낮출 계획이다. 2030년에는 가격을 더 낮춰 일반 전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상용차용 고내구형 연료전지시스템은 총 주행거리를 현재의 3배 수준인 50만㎞ 이상까지 늘릴 예정이다.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가운데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은 "수소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SK그룹도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K E&S는 우선 2023년부터 부생수소 기반의 액화수소를 연간 3만톤 생산하고, 2025년부터 블루수소를 연간 25만톤 생산할 계획이다.

블루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를 개질해 만든 뒤 탄소를 포집한 수소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해 생산하는 '그린수소'가 최종 단계이지만, 현재는 경제성이 떨어져 블루수소가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그린수소의 생산비용은 kg당 3~7.2달러로 블루수소(1.5~2.9달러/kg)보다 2배 이상 비싸다. SK E&S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술(CCS)을 고도화하기 위해 한국에너지연구원 등과 연구에 나섰다. 해외 천연가스전 등에 매립할 계획이다.

SK그룹은 또 액화수소 유통에도 나설 계획이다. 20205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약 100개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보다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이어서 저장·유통에 유리하다. 다만 수소를 액화하기 위해선 상온에서 영하 263℃ 이하로 낮춰야 한다. SK E&S는 그동안 천연가스를 영하 161℃ 이하로 내려 LNG형태로 공급한 기술을 살려 액화수소 공급망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탄소포집 기술, 그린암모니아 열분해 등의 기술 역량을 더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2025년까지 블루수소 16만톤을 생산하고, 2030년까지 그린수소 44만톤을 더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롯데그룹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화학제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여수1공장에서 국내 석유화학사 최초로 기체분리막을 적용한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촉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에틸렌옥사이드, 프로필레옥사이드와 반응시켜 폴리카보네이트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드라이아이스나 반도체 세정액 원료로도 제조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실증을 거쳐 2023년까지 CCU 상용화 설비를 구축하고, 연간 6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계획이다. 대산공장과 울산공장까지 관련 설비를 확대해 연간 2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활용할 계획이다.

<YONHAP PHOTO-2502> 포스코, '2021 수소모빌리티+쇼' 참가 (서울=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8일 이 경기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1 수소모빌리티+쇼'를 방문해 포스코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1.9.8 [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2021-09-08 10:27:18/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포스코(POSCO)그룹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발맞춰 수소환원제철을 개발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수소환원제철을 상용화해 철강 제조 공정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Fe₂O₃)에서 산소(O₂)를 분리할 때 사용하는 '환원제'를 석탄(3CO)에서 수소(H₂)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는 고로(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1500℃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CO)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낸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한다. 반면 환원제로 수소를 사용하면 철과 함께 물(H₂O)이 나온다.

포스코는 10년에서 20년 안에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의 고로 설비를 수소환원제철 설비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205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면 포스코 제철소에서만 연간 375만톤의 수소가 필요할 전망이다. 포스코에너지 발전소를 수소·암모니아 발전소로 전환할 경우 추가로 수소가 100만톤 이상 필요하다. 포스코는 이에 발맞춰 2050년까지 그린수소 500만 톤 생산 체제도 갖출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수소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소시대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혼소 발전'이 있다. 기존 가스터빈은 액화천연가스(LNG)를 투입해 전기를 생산했다. 반면 수소혼소 발전은 LNG와 수소를 혼합해 가스터빈을 돌린다. 그동안 혼소비율이 LNG 7 수소 3 수준이었는데, 한화임팩트는 세계 최고 수준인 혼소비율 5:5를 실증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수소혼소 발전 기술은 수소 에너지로의 점진적 변화에서 가장 단기적으로 현실적이자 경제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水电解) 기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솔루션(009830)은 기존 수전해 기술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기술(AEMEC)'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수전해 기술은 크게 알카라인 수전해(AEC)와 양이온 분리막 수전해(PEMEC),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등이 있다. AEC는 가장 기술이 성숙한 단계이지만 생산성이 낮고 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PEMEC는 생산성은 뛰어나지만 이리듐과 같은 값비싼 소재를 사용해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화는 이 두 기술의 장점을 결합한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기술을 2024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국조선해양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은 2030년까지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만드는 '그린수소'는 국내 생산량보다 해외 수입량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돼, 운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도 "현대중공업그룹이 가장 잘하는 운송, 저장 분야에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상업용 액화수소운반선 선급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다만 수소를 액화상태로 운반하려면 영하 253℃ 이하의 초저온 상태를 장시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바다에선 흔들림 등으로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공‧단열 성능을 높여 수소의 자연 기화를 최소화하는 액화수소탱크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액화수소보다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암모니아(NH₃) 추진선의 개념설계 기본인증도 최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