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추석 연휴동안 미국 출장을 검토했던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결국 출장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권과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는 취업제한 위반 문제로 부담을 느껴 공식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에 자택에 머물며 사업 구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법무부 등에 미국 출장을 위한 비자 발급을 문의했으나, 출장은 가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에 짓기로 한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후보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시되면서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신분이라 전자여행허가서(ESTA)로 미국 입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단수비자 발급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철회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과 시민단체의 '취업제한 중 경영활동' 반대 목소리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일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위반 건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등도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반대하며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로 보일 수 있는 공식 일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미국의 경우 뇌물, 횡령 등의 범죄에 엄격하기 때문에 가석방 신분인 이 부회장의 미국 입국이 불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동안 자택에 머물며 반도체와 바이오 등 미래사업에 대한 구상에 매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24일 향후 3년간 24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의 수감 기간동안 소폭으로만 진행했던 임원 인사에 대한 구상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출장 불발로 이 부회장의 잠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원회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인데, 구체적인 로드맵이 마련돼야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며 "당분간 이 부회장 총수 체제로 갈지, 곧바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할지 등은 컨설팅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