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지난해 4월 이른바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우체국 국제우편(EMS)도 중단됐다. 사람들이 가족에게 보낼 소포를 들고 서울 마포구 DHL코리아 본사 앞에 줄을 섰다. 한병구 DHL코리아 대표는 "그렇게 많은 개인 고객이 본사까지 직접 찾아오는 일이 없었다"며 "처음으로 번호표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DHL코리아가 처음 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콜센터가 코로나 집단감염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되자 DHL코리아는 콜센터 직원들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콜센터 직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택시로 날라 옮겼다. DHL코리아 통관팀도 재택근무 비중이 늘었다. 통관을 위해 오가던 종이서류들은 디지털 문서로 대체됐다. 쏟아지는 물량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자 중간 집적지인 서비스센터를 건너뛰고 공항에서 곧바로 화물을 분류해 비행기에 싣는 일도 생겼다.
한 대표는 DHL코리아에 2008년 재경부 상무로 합류, 2010년부터 대표에 올라 회사를 이끌고 있다. DHL코리아 최초의 한국인 대표이자 가장 오래 연임한 대표다. 그는 "코로나 전 10년 동안 바뀐 것보다 지난해와 올해 달라진 것이 더 많다"고 했다. 변화는 DHL코리아가 1977년 국내 업계 최초로 국제 특송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기회이기도 했다. DHL코리아는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1100억원가량 많은 7000억원으로 잡았다. 한 대표를 서울 마포구 DHL코리아에서 만나 코로나 이후의 달라진 물류 환경과 DHL코리아의 목표를 들어봤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그동안 성장해왔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DHL코리아에서 처리하는 이커머스 물량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했다. 지난해는 200%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보다 8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가 사라지면 다시 줄어드는 것 아닌가.
"그렇진 않을 것으로 본다. 경험의 문제다. 간짜장을 맛봤는데 다시 옛날 짜장을 주문하기가 쉬운가. 쉽게 상품을 받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는 편리함을 소비자들이 체험했다. 직구(직접 구매)나 역직구가 더는 낯설지 않은 영역이다. 코로나가 없어진다고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통적인 B2B(기업간 거래) 기업까지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직접 소비자를 찾는 D2C(Direct to Customer) 모델에 관심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DHL코리아도 관련 물류 솔루션을 개발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물류망이 꼬이면서 비용이 후순위가 됐다. DHL코리아의 'Transit Time Rate(정시 수송률)'가 현재 98% 정도다. 100개가 출발하면 98개가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한다는 의미다. 2개도 한두시간 늦게 도착하는 수준이다. 또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해 분실할 가능성도 매우 작다.
기업들은 당장 납기를 못 맞추면 계약이 끊어질 수 있다. 결국 DHL을 찾아온다. 가격은 둘째 문제가 됐다. 또 BTS(방탄소년단) 등 K-팝 가수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앨범이나 굿즈(기념품) 주문도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생필품과 다른 차원의 물건들이다. 마음이랑 연결돼 있는 거니까. 가격을 좀 더 치르더라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안전하게 받아보고 싶어한다."
DHL코리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589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9년 4488억원보다 31.3% 늘었다. 한 대표는 올해도 매출 성장세가 이어져 7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만큼 글로벌 물류에서 한국 시장의 위치도 높아졌다. DHL코리아가 투자 확대에 나서는 배경이다.
-글로벌 물류에서 한국만의 특징을 꼽는다면 무엇일까.
"지역별 편차는 있겠지만 지금의 물류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물류 차원을 넘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지도나 신뢰도가 오른 것이 더 크다고 본다. 삼성이나 현대차(005380) 등 대표 기업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이후 미국에서 창문을 가리는 '블라인드' 주문이 많이 늘었다. 아무래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 것 같은데, 해외에서 국내 기업의 제품을 골라 대량 주문하는 것이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물동량도 늘어나고 있다."
-DHL코리아가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시설을 확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2008년에 2만㎡(약 6000평) 규모의 인천 게이트웨이가 처음 문을 열었다. 그때만 해도 '이 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우나'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10년도 지나지 않아 기존 시설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그룹 차원에서 1750억원을 투자해 시설을 확장하기로 했다. 2022년 7월 완공이 목표다. 면적은 기존의 3배 수준인 5만8700㎡(약 1만7000평)으로 커지고, 시간당 처리물량도 8100개에서 2만10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실 확장 규모도 처음 추진할 때보다 더 커졌다. 그만큼 아시아·태평양 시장, 한국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인천이 지정학적으로도 아주 좋은 위치다. 개인적으로 DHL코리아의 인천 게이트웨이가 중국, 홍콩, 일본 등 주변의 물량을 연계해주는 허브(Hub)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설비 투자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 10년 동안 90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에 운영 중인 15개 서비스센터를 확장 이전했다. 올해는 전북 익산 서비스센터를 확장 이전했고, 경기 이남의 수출입 물량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평택 서비스센터를 새로 열었다. 서울 강북과 광주광역시 서비스센터도 확장 이전하려고 한다.
인공지능(AI) 소화물 분류 로봇도 국내 특송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DHL 익스프레스 전체로 봐도 한국이 3번째다. 단순 반복노동은 기존에 직원들도 꺼리던 작업인데, 로봇을 도입해 시간당 1000개가량 배송품을 분류하고 있다. 앞으로도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처리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DHL은 지난 3월 그룹 차원에서 구체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지속가능성 로드맵을 발표했다. 크게 '기후 보호를 위한 깨끗한 운영(E)' '모두에게 일하기 좋은 훌륭한 기업(S)' '높이 신뢰받는 기업(G)' 등이다. 물류업계 최초로 전기 화물기 '앨리스' 12대를 발주하고 2024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기로 했다. DHL코리아도 발맞춰 ESG경영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ESG경영이 화두인데 DHL코리아도 계획이 있나.
"현재 사용하는 배송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려고 한다. 올해 약 40대의 전기차를 발주했는데, 연말쯤 인도받을 예정이다. 매년 40~50대의 전기차를 도입해서 2030년까지 모두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이다. 신규 시설에도 태양광 패널, LED 전등 등 친환경·친에너지 인프라와 설비를 설치하여 사용하는 에너지의 일정 부분을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체하고 있다."
-친환경 정책 외에도 추진하는 것이 있나.
"성별, 인종 등에 관계없이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양한데, 이들의 요구를 파악하려면 조직의 다양성(diversity)이 갖춰져야 한다. 준법감시(compliance)도 강조하고 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주기적으로 관련 교육도 이뤄진다."
-DHL코리아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회사, 직원, 주주 등 세 핵심 주체(3 bottom line)가 모두 만족하는 것이다. 고객 만족도를 높여서 회사는 수익을 내고, 주주들도 이익을 나누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