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에 나서면서 국내 엔터기업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과거 사드 사태 등으로 중국 비중이 줄어든 상태라 이번 규제로 인한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중국 방송규제 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최근 '문예프로그램 및 관계자 관리 강화에 대한 통지'를 통해 "방송국과 인터넷 시청 플랫폼은 프로그램의 출연자를 결정할 때 예술 수준뿐 아니라 정치적 소양과 도덕적 품행, 사회적 평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 중국 인터넷 단속 기관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온라인 팬클럽 단속 정책을 발표하며 보다 구체적인 팬덤 규제에 나섰다. 연예인 소속사의 허가·인증이 없는 온라인 팬클럽, 후원회를 금지하고 미성년자는 온라인 팬클럽 운영자를 맡지 못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동안 국내 주요 엔터기업들은 아이돌 그룹에 중화권 멤버를 영입하는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펼쳐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당국이 연예계 '정화(淨化)' 작업에 나서면서 K팝에 추가 타격을 입히는 제2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제재는 문화계를 일종의 공산당 선전선동에 맞는 문화로 바꾸는 '정풍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 지민의 중국 팬클럽이 지민의 생일을 기념해 띄운 항공기. 지민의 사진과 생일을 축하하는 문구로 장식돼있다. /관찰자망 연합뉴스

지난 5일 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클럽인 '지민 바이두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은 60일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팬클럽은 제주항공(089590) 항공기에 지민 사진으로 랩핑한 생일 축하 행사를 기획했는데, 지난 4월 모금 당시 1시간 만에 230만위안(약 4억원)이 넘는 돈이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팬덤은 수억원대 모금을 통해 미국 자유의 여신상, 뉴욕 타임스퀘어와 같은 전 세계 랜드마크에 옥외광고를 진행하는 등 대규모 행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내 팬덤 활동이 제한되면서 당장은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민 팬클럽 계정이 정지된 지 12시간 뒤에는 YG엔터 소속 블랙핑크의 리사·로제를 비롯해 하이브(352820) 소속 BTS의 RM·제이홉·진, 그리고 SM엔터(에스엠(041510)) 소속 태연·엑소·NCT 일부 멤버 등 21개 팬 계정이 30일간 정지됐다. 이들 팬 계정에는 각각 수백만명이 모여있다. 웨이보는 "사회 공약(公約)을 위반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활동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화폐 위안화.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 당국의 이번 규제가 국내 업체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시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이 금지되면서 이미 중국 매출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관세청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체 음반 판매량은 약 3400만장인데, 이 중 중국 수출 금액은 전체의 7%(약 250만장) 수준에 불과하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규제 이슈로) 단기적으로 국내 엔터업체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국내 엔터 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적 측면에서는 큰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규제로 엔터업계의 일본 시장 공략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일본도 과거사 문제, 수출 규제와 같은 걸림돌이 있지만, 중국과 달리 일본 MZ세대는 정치적 문제와 상관없이 K팝을 즐기는 추세"라면서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의 해외 아티스트 매출액 톱10 중 K팝 아이돌 그룹 5개 팀이 이름을 올릴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