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X그룹 회장이 한샘(009240) 인수전에 뛰어들며 그룹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5월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지 4개월 만에 공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선 것이다. 출범 초기 수익성 한계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신생 그룹을 키우기 위해 구 회장은 앞으로도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전망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의 종합인테리어 기업 LX하우시스(108670)는 최근 한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한샘 인수를 위해 설립할 예정인 경영 참여형 PEF에 3000억원을 출자한다. LX하우시스는 한샘 인수를 통해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사업을 강화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구본준 LX그룹 회장. /조선DB

재계에선 이를 두고 구 회장의 그룹 외연 확대 의지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했다. 지난 5월 LG그룹에서 분리된 LX그룹은 지주사인 LX홀딩스(383800) 아래 LX인터내셔널(001120), LX세미콘(108320), LX하우시스, LX MMA 등 4개 계열사를 지닌 구조로 돼 있다. 출범 당시 그룹 자산은 총 7조원 규모로 재계 52위권에 불과해 몸집이 작다는 지적이 있었다. 계열사들도 성장 잠재력을 갖춘 회사인 것은 맞지만, 수익성이 저조한 것이 문제였다. 작년 말 기준 LX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률은 1.4%, LX하우시스는 2.3%에 그쳤다.

LX그룹 계열사들이 LG로부터 떨어져 나오기 전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았던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LX세미콘은 전체 매출액 1조1619억원 가운데 내부 거래 규모가 4689억원(40%)에 달했다. LX MMA는 30%를 차지했다. LX인터내셔널의 경우 내부 거래 비중은 10%에 불과했지만, 전체 내부 거래액 3584억원 가운데 LG전자(066570), LG화학(051910)과의 거래 규모가 각각 3027억, 54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물류 자회사인 LX판토스의 내부 거래 비중은 66%였다.

홀로서기에 나선 구 회장 입장에선 계열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탄탄하게 확보하는 게 우선 과제였다. 다행히 출범 이후 첫 실적인 2분기에서 상장 계열사 모두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LX인터내셔널은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한 1258억원의 영업이익을, LX세미콘은 같은 기간 927.96% 오른 956억원을, LX하우시스는 3.2% 오른 710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전체 시가총액도 6일 종가 기준 약 4조5000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배 이상 늘었다.

LX그룹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외연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샘 인수전처럼 인수합병(M&A) 또는 신사업 진출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구 회장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LX세미콘은 주요 제품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외 2차전지용 반도체 등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X세미콘은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디스플레이 외 가전, 자동차, 배터리 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을 지속적으로 꾀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구 회장은 현재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 집무실을 차리고 직접 현안을 챙기는 중이다.

LX인터내셔널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룹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LX인터는 최근 트레이딩 중심의 종합상사 체제에서 종합사업회사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2차전지, 헬스케어, 디지털 컨텐츠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장기적으로 니켈, 리튬 등 2차전지 원료가 되는 미래 유망 광물 분야와 해외 발전사업 등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LX인터내셔널이 일명 ‘신성장사업분야’에서 상시 채용에 나선 것도 이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재계 관계자는 “LX그룹 계열사들의 사업 특성상 B2B 거래가 많아 당장 일감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룹이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LG그룹과의 사업 비중을 줄이고 신사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