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국내 공항 개발 계획을 담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이달 중 확정한다. 공항개발 종합계획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전국 공항별 개발 사업 계획을 담은 일종의 청사진이다. 이번 계획안에는 전국 10개 공항을 추가 개발 또는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지방공항 대부분이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만성 적자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공항을 또 개발하겠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KTX 개통과 고속도로가 확충되는 국내 교통환경에서 신규 지방공항이 항공 수요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2일 국토교통부의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안'에는 가덕도, 새만금, 울릉도, 흑산도, 제주도, 대구·경북 등 6곳에 신규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경기남부, 서산, 백령도, 포천 등 4곳에 공항 건설을 검토하는 내용이 담겼다. 총 10곳의 새로운 공항 개발 계획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특히 포천공항과 경기남부공항 등은 국토부가 6차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역 내 공항 건립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반영해 종합계획안에 새로 포함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해당 지자체 요청에 따라 계획에 반영하고 향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달 중순쯤 공항개발계획을 확정하고 고시할 예정이다.
최근 국토부에 공항 건립 의견을 제시한 포천시는 관내 군부대 비행장을 활용한 소규모 공항을 만들 계획이다. 사업비는 사유지에 건설하는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인 400억원으로 책정했다. 특히 오는 2030년 김포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울 동북부 항공 수요를 포천공항이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포천시 관계자는 "최근 진행한 경제성 분석 결과 비용편익비(B/C)도 8.9로 나와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과 충남 서산도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지방 공항 대부분이 만성 적자의 늪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지방 공항 14곳 가운데 13곳은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흑자는 제주공항이 유일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무안, 여수, 양양, 울산, 포항, 사천, 광주, 군산, 원주공항 등 9곳은 2016년부터 5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청주공항은 2016년 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후 4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적 순손실이 가장 심각한 곳은 무안공항이다. 지난 5년간 총 660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냈다. 이어 여수공항 640억원, 양양공항 607억원, 울산공항 582억원 등도 수백억원대 누적 순손실을 가록했다.
대구, 김포, 김해, 제주공항 4곳만 유일하게 지난 5년 동안 누적 순이익을 내고 있다. 국내 지방 공항 14곳 가운데 10곳(약 71%)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방 공항이 적자에 빠진 이유는 공항을 이용하는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연간 수용 능력 대비 연간 운항 실적을 나타내는 '시설 활용률'을 보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의 경우 무안, 포항, 사천, 군산, 원주 등 공항 5곳의 활주로 활용률은 1%를 넘지 못했다. 활용률이 가장 낮은 원주공항은 연간 수용 능력이 11만5000회에 달하지만, 지난해 항공기가 원주공항의 활주로를 사용한 횟수는 404회(0.4%)에 그쳤다. 지난 5년간 단 한 해도 활주로 활용률이 10%를 넘지 못한 공항은 총 8곳에 달했다.
공항 건립을 추진 중인 지자체들은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포천시 관계자는 "지금 적자를 내고 있는 다른 지역 공항들은 규모가 큰 탓에 시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라며 "포천 공항의 경우 민군 겸용 공항이기 때문에 시설 투자비도 적고 운영비도 최소화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서산 공항 건립을 추진 중인 충남도 역시 2017년 국토부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비(B/C)가 1.32로 나와 경제성을 인정받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많은 지방공항 실패 사례를 고려할 때 비용 측면을 넘어 장기적으로 공항 이용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이미 전국 공항이 과포화 상태인 만큼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KTX와 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 환경에서 과연 신공항을 선택할 만한 실질적인 수요가 얼마나 될지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