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공급 부족 사태와 운임 급등으로 전 세계에서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올해 8월 들어 작년 컨테이너선 수주 잔고의 두 배를 넘어섰다. 현재의 수주 잔고로 봤을 때, 새로 건조한 컨테이너선들이 대거 투입되는 2023년은 돼야 해운대란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 해운협회인 발틱국제해운거래소(BIMCO)는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누적된 컨테이너선 수주 잔고가 총 53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한 해 컨테이너선 수주 잔고인 250만TEU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 세계 선사들이 올해 들어 앞다퉈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면서 그만큼 건조 중이거나 건조 예정인 선박들이 쌓였다는 뜻이다.
올해 국내 조선3사의 수주 내역만 봐도 상당한 규모의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7월 말까지 한국조선해양은 컨테이너선 47척을, 삼성중공업(010140)은 38척, 대우조선해양은 16척을 수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1만2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이 차지하고 있다"라며 "연초 예상했던 컨테이너선 발주 규모를 넘어서면서 연간 예상 발주 척수를 상향 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수요가 늘면서 선박 가격도 오름세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만3000~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지난달 평균 선가는 1억3850만달러를 기록했다. 1년 사이 컨테이너선 가격이 약 28%(3050만달러) 오른 셈이다. 중고 컨테이너선 가격도 치솟으면서 지난해에 비해 최근 4배까지 오른 사례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조선사들이 인상된 후판(두께 6㎜ 이상의 철판) 가격을 선가에 반영할 경우 추가 상승할 여지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선주들이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린 배경에는 고운임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회복으로 전 세계 물동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선박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7일 기준 4385.62를 기록해, 지난주보다 45.44포인트(1%) 올랐다. 16주 연속 오르며 매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만까지 마비되면서 선박들이 항구에 발이 묶이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물동량이 세 번째로 많은 중국 닝보항 메이산 터미널의 경우 지난달 코로나19 확산으로 보름 동안 폐쇄에 들어갔는데, 당시 선박 100여척이 입항하지 못해 인근 해역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예정된 운항 일정을 지켰는지 보여주는 '정시성(Schedule Reliability)' 지표는 지난 7월 35.6%를 기록했다. 이는 컨테이너선 10척 가운데 7척 가까이가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지난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돼야 지금의 물류 대란이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컨테이너선 부족 사태는 2023년은 돼야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인도 예정일을 고려했을 때, 최근 발주된 컨테이너선들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사에 인도돼 항로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BIMCO에 따르면 올해 선사에 인도되는 컨테이너선 규모는 100만TEU 수준이지만, 오는 2023년에는 200만TEU 이상이 인도될 예정이다. 통상 선박 건조에 2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하반기 컨테이너선 추가 발주가 이뤄질 경우 2023년에 투입되는 컨테이너선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이 2023년 대거 투입되기 시작할 경우 오히려 공급 과잉으로 운임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이때까진 전 세계 물류망의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