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일명 '하늘의 여왕'이라 불린 보잉 747-400 여객기를 항공 굿즈(기념품)로 재탄생시킨다. 올해 초에도 퇴역 여객기를 분해해 만든 네임태그가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됐는데,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이어지자 새로운 굿즈를 들고나온 것이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9월 새로운 한정판 항공 굿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골프공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볼마커'와 골프 가방에 걸 수 있는 '네임태그' 두 종류다. 굿즈들은 모두 퇴역한 보잉 747-400 여객기의 동체로 제작된다. 버려지는 제품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인 셈이다.
굿즈로 재탄생하는 HL7461은 1997년 도입된 뒤 2020년까지 23년 동안 전 세계 하늘을 누볐다. 비행시간만 8만7281시간에 달한다. 작년 1월에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두 차례 투입되기도 했다. 당시 HL7461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등이 탑승해 교민 약 700명을 수송해왔다.
굿즈는 실제 여객기 동체 표면으로 만든다. 여객기 표면은 '두랄루민'이라는 특수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졌는데, 가볍고 매우 단단한 게 특징이다. 8만7281시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스크래치와 얼룩도 최대한 보존해 자재 본연의 느낌을 살렸다. 보잉사는 내년부터 보잉 747 기종의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라, 보잉 747로 만든 굿즈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굿즈는 모두 한정판으로 제작된다. 볼마커는 2개씩 1000세트, 네임태그는 4000개만 제작된다. 볼마커의 경우 앞면에는 편명과 기종을 새기고, 뒷면에는 1번부터 2000번까지 고유 번호를 각인했다. 네임태그도 앞면에는 편명과 기종, 1번부터 4000번까지 번호를 담았으며 뒷면에는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굿즈는 모두 마일리지 몰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에도 국내 항공사 최초로 퇴역 여객기로 제작한 항공 굿즈를 마일리지몰에서 판매했다. 당시엔 23년 동안 10만682시간을 비행한 뒤 퇴역한 보잉 777-200ER을 분해해 네임태그로 제작했다. 4000개 한정 수량으로 마일리지몰에서 2700마일에 판매했는데, 하루 만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당시 주문이 폭주하면서 한때 마일리지몰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굿즈 제작은 부산에 있는 대한항공 테크센터가 맡는다. 항공기 동체를 분해하고 표면을 잘라낸 뒤 전문 가공 업체를 통해 볼마커와 네임태그로 제작할 예정이다. 새로운 굿즈 출시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선 '항덕(항공 덕후의 준말)'들의 반응이 뜨겁다. 최근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대신 골프로 눈을 돌리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이번 굿즈도 완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퇴역 여객기를 항공 굿즈로 활용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14년 일본 전일본공수(ANA)는 퇴역한 보잉 747-400D 여객기의 1등석 좌석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기도 했다. 당시 판매가는 단품의 경우 개당 64만7000엔(약 686만원), 좌석 두개를 한 쌍으로 묶은 상품은 74만7000엔이었다.